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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간편결제, 시장은 혼전 소비자는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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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전쟁,소비자의 선택은](상) 너무 많은 OO페이들

자고 나면 'OO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편결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통사, 포털, 게임개발사, 스마트기기 제조사, 유통업체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간편결제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사용처가 폭넓은 간편결제가 드물어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사용편의보다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의 욕심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뉴스24는 범람하는 간편결제 속에서 길 잃은 소비자들의 현실을 살펴보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문영수기자] 각종 금융정보를 줄줄이 입력하고 공인인증서와 본인인증까지 거쳐야만 겨우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구입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터치 한 번, 또는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어느새 우리네 곁으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간편결제는 표현 그대로 복잡한 결제시스템을 간편하게 만든 결제 방식이다. 아이디(ID)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단한 인증만으로 물건을 결제할 수 있다.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쇼핑할 때 간편결제를 애용한다는 주부 강지연(32) 씨는 "별다른 과정없이 비밀번호만 누르면 바로 결제가 가능해 편리하다"며 간편결제를 호평한다.

간편결제 시장은 이종 업종간의 승부처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제조사, 인터넷 기업, 결제대행(PG)사, 백화점 및 오픈마켓 등 유통업체, 게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맞붙고 있다. 어느새 20여 개의 간편결제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앞다퉈 간편결제 내놓는 기업들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확보된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와 검색포털 네이버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를 지난해 9월 선보였다. 카카오페이는 미리 등록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곧바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로, 3천800만 명에 이르는 방대한 카카오톡 이용자 기반에 힘입어 출시 1년여 만에 5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결제 건수도 1천만 건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검색포털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결제·충전·적립·송금까지 가능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올해 6월 정식 출시했다. 네이버페이는 기존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 체크아웃과 네이버 마일리지, 네이버 캐시 등을 통합한 서비스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네이버페이로 브랜드 변경 이후 간편결제 거래액이 전체 결제금액의 20%를 차지하면서 1월 대비 2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의 이용자 수는 1천500만 명에 이른다.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지고 간편결제 페이나우를 내놓았다. 페이나우는 이용자의 휴대폰 번호가 계정(ID)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가입 절차가 필요없다. 통신사에 관계없이 휴대폰 소액결제를 모두 지원한다는 점도 페이나우만의 특징. '3초 결제'를 내세운 페이나우는 지난 7월 3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간편결제 시장에 관심이 많다. 해외에서는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이미 작년 10월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을 지원하는 애플페이를 내놓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출시 후 1년여 만에 가입자가 350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간편결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8월 20일 출시한 '삼성페이'는 온·오프라인상에서 이용이 가능한데 오프라인에서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과 NFC 방식을 모두 지원해 기존 플라스틱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다. 삼성페이 앱을 실행한 스마트폰을 카드 결제기에 가까이 대면 바로 결제가 된다. 삼성페이는 출시 한달 만에 가입자 60만 명을 확보했다. 결제 금액도 351억 원(약 3천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 미국시장에서도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밖에 LG전자가 이른바 G페이라는 이름의 간편결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G페이'에 대한 상표 출원도 마친 상태다.

게임업체 중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가 페이코라는 간편결제로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의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인 모바일티머니와 연계된 페이코는 국내 최대 규모인 20만여 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며 특히 교통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15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간편결제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오픈마켓 중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4월 자사의 옥션·지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일페이를 출시했고, 올해는 3월에 티켓몬스터가 티몬페이를, 5월에는 SK플래닛이 시럽페이를 선보이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입자수는 티몬페이가 80만 명, 시럽페이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전통의 유통강호들도 나서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 계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용하는 SSG페이를 지난 7월 출시했다. 롯데는 엘페이를 롯데백화점 등에서 지난 9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현대백화점 등에서 사용 가능한 H월렛을 이달 4일에 선보였다.

◆너무 많은 간편결제들…기업·소비자 모두 혼란

각종 간편결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수많은 간편결제들이 단기간에 출시되다 보니 무엇이 무엇인지 소비자들로선 도무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간편결제마다 특징과 사용처가 제각기 달라 소비자를 당혹스럽게 한다는 점이 지목된다.

직장인 이현정(38) 씨는 "조카들에게 생일선물로 기프티콘을 보내려고 어느 모바일 메신저 쇼핑몰에 들어갔더니, 다른 쇼핑몰이 만든 간편결제로는 결제를 안 받아 주고 자사의 간편결제를 가입해서 결제하라고 안내하더라"며 "지금까지 가입한 쇼핑몰의 간편결제만 여섯 개나 되고, 몇 군데는 비밀번호도 까먹었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또 가입해야 하는 거냐"며 고개를 저었다.

개인소비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결제 수단으로 간편결제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업체들, 즉 간편결제 시장의 기업 고객들도 고심중이긴 마찬가지다.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소시어스의 김도연 대표는 "간편결제를 도입하려고 준비를 했었지만 어떤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결제 서비스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어떤 간편결제가 자사에 유리한지도 잘 모르겠고, 나중에 소수파로 전락하는 간편결제를 도입하게 될 경우 뒤늦게 다른 간편결제로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을 걱정하는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핀테크 열풍으로 간편결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TV에서도 스마트폰 간편결제 광고가 줄잇고 있지만 각자 내세우는 특징이 모두 달라 소비자들은 어떤 것이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혼란의 근본 원인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단기간에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많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 혼란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다.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편의보다는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이 자사 위주의 영역다툼을 벌인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존의 주요 결제수단인 플라스틱 카드나 현금으로는 전국 어느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쉽게 쓸 수 있지만 간편결제들은 사용처가 제한된 것이 적지 않다. 어디서나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간편결제가 아직은 없다는 얘기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경우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경쟁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온라인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제공하는 두 서비스는 아직까지 온라인 결제 영역에만 머물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제를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의 경우, 전국 카드 결제기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으나 아쉬운 점이 있다. 갤럭시S6, S6엣지, 엣지+와 갤럭시노트5 등 최신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외 스마트폰 이용자에게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역시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페이코도 제휴서비스인 티머니 가맹점 이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티머니가 지원되지 않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는 페이코 운영사인 NHN엔터테인먼트가 자체 개발한 전용 결제단말기 '동글이'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데, 아직 동글이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간편결제의 경우, 자사 서비스에서만 사용이 국한돼 있다. SK플래닛(11번가 운영)의 시럽페이나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운영)의 스마일페이, 티켓몬스터의 티몬페이 등은 현재 자사의 오픈마켓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롯데의 엘페이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 점포에서만 쓸 수 있고, 현대백화점의 H월렛도 현대백화점 매장과 문화센터, e슈퍼마켓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간 '알력다툼'도 목격된다. 삼성페이는 현재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 유통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지난 7월 선보인 'SSG페이'를 위해 신세계 그룹이 삼성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신세계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강릉원주대학교 최재홍 교수는 "현재 기업들이 자신의 고유 영역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가맹점과 소비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자와 손잡고 소비자에게 획기적인 이점을 주는 등의 시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간편결제 시장 뛰어드는 까닭은?

이미 많은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출시된 가운데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성장성이 충분히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핀테크(FinTech)의 주요 영역중 하나인 간편결제는 요즘같은 저성장 시대에 고성장이 기대되는 몇 안되는 산업이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3년 2천354억 달러(약 282조 원)에서 2017년 7천200억 달러(약 830조 원)로 연평균 32%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또한 급격히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1조1천270억 원 수준이던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2014년 1분기 2조8천220억 원, 올해 1분기에는 5조936억 원으로 매년 두 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모바일 쇼핑결제금액은 2조190억 원으로 전년 8월 대비 5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간편결제 시장 자체만을 노리는 게 아니라, 기존 서비스의 판매를 촉진하는 '킬러 콘텐츠'로 간편결제를 주목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출시한 목적 중 하나는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량 상승을 위해서였다.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페이는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기반한 서비스로,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 사용자를 위해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삼성페이는 사용자들이 삼성 모바일 기기를 써볼 계기가 돼 삼성 모바일 기기의 시장 점유율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신한금융투자의 최준근 책임연구원은 "IT 기기 업체는 IT 기기 판매 확대, 플랫폼 업체는 가입자 확대를 통한 광고 수익 증가,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 연계) 서비스 업체는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대응 등의 목적으로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옥석 가려지면 간편결제 혼란도 진정 국면 진입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혼란이 해결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후죽순 쏟아진 간편결제들 중 '옥석'이 가려지고 시장 지배적 간편결제가 등장하면 자연스레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핀테크포럼의 박성태 국장은 "우후죽순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종국에는 보안과 안전성,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이 서비스하는 결제 서비스 위주로 이용자가 쏠릴 것"이라며 "길어야 5년 내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간편결제들이 각기 다른 특징과 장점이 있는 만큼 자신의 생활 습관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신용카드를 선택할 때 할인혜택과 포인트 적립율을 꼼꼼히 따지듯 간편결제 역시 자신의 생활 습관을 고려하라는 얘기다. 가령 포털 검색을 통한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한다면 네이버 페이, 교통카드를 겸하고 싶다면 페이코 같은 식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NHN엔터테인먼트 김동욱 페이코사업본부장은 "신용카드도 주로 쓰는 카드와 1~2장의 예비카드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듯, 간편결제도 1~2종을 번갈아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최대 3개 정도만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남게 될 것"이라며 "간편결제를 선택할 때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능과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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