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정부여당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촉발된 이념 전쟁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야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친일·독재 미화 시도로 규정하고 정파를 넘은 대응에 나서 우리 사회가 다시 보혁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미국 방문 일정에 나서기 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국가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지평이 날로 넓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가치관을 확립해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도록 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줘야 할 사명"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원유철 원내대표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교과서는 객관성이 확보될 편찬구조와 사회적 검증 구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 역시 "야당은 검정 강화로 오류를 수정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좌편향 시정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검증 체제에서 교과서 수만 늘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좌편향 단일화가 이뤄져 원천적 한계를 가진 검정으로는 올바른 교과서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하는 등 여권은 의지가 분명하다.
◆문재인·심상정 비공개 회동서 공동대응 합의, 千도 15일 회동
야권은 위기감에 뭉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다. 심 대표는 13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최근 우리 국민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에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야권 정치지도자 회의를 제안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5선 중진인 정세균 전 대표가 "지금은 모든 정파를 초월해 박근혜 정권의 횡포에 맞서 함께 뭉쳐야 할 때"라며 "지금은 모든 정파적 노선과 이해, 차이를 넘어 똘똘 뭉쳐 국정화를 막아내야 한다. 총선과 대선도 그 다음 문제"라고 제안했다.
야권의 공동대응은 현실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심상정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회동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선거제도,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을 합의했다.
심 대표는 오는 15일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도 만나 야권 정치지도자 회의에 나설 계획이다. 천정배 의원도 이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 야권의 공동대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야권은 국회 보이콧, 장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교과서 국정화가 입법 사항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저지 수단은 없는 상태다.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개혁 구도로 재편돼 극한 갈등을 벌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가 여야의 갈등으로 얼룩지면서 핵심 과제인 경제 활성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도 화두가 됐던 정치 변화 등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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