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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천정부지 치솟는 샤오미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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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 '이효리'라는 이름은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와 같았다. '제2의 이효리', '이효리도 울고 갈', '제주도 이효리', '이효리의 남자' 등 이효리라는 이름만으로 관심을 끌고 장사가 되던 시절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IT기기 수입업체들에게 샤오미는 10년전 이효리 같은 존재다. 너도 나도 '공식 ', '단독' 샤오미 수입사라고 회사를 홍보한다.

실제로 샤오미와 직접적으로 유통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다. 이들은 샤오미 제품을 중국 내에서 유통하는 중간판매자들과 계약을 맺을 뿐이다. 샤오미라는 이름만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쓴다고 한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샤오미는 지난 19일 전자동 스쿠터와 60인치 UHD TV를 선보였다.

샤오미가 1천만원을 호가하는 스쿠터를 30만원대에, 200만원대에 TV를 8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소비자들은 또 다시 열광했다. 샤오미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을 정도다.

샤오미는 국내에 공식 진출하지 않고도 보조배터리 시장 70%를 잠식했다. '대륙의 실수'나 '가성비 최강'은 샤오미 앞에 꼭 붙는 수식어가 됐다.

샤오미는 외주 생산으로 원가를 최소화해 가격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한다. 주요 경영진 9명 중 7명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 출신이다.

연구원만 1천명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샤오미의 운영체제 MIUI(미유아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강하면 애플처럼 소비자들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 운영체제(OS) 중심의 생태계를 무한 확장할 수 있다.

한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 관계자는 "샤오미 제품을 뜯어보면 마진은 포기하고 내놓는 제품이 많다"며 "샤오미는 물건을 많이 팔아서 브랜드 인지도를 극대화해 투자를 유치하고,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샤오미식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애플 카피캣'이라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지만, 이 기업 덕분에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에 갖는 심리적 저항선도 낮아진 게 사실이다. 국내 중견 IT기업들도 서슴없이 '한국의 샤오미'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루나폰' 열풍을 몰고온 TG앤컴퍼니의 이홍선 대표는 "샤오미는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라며 "단말기로 돈을 남기기보다 저변을 확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쫓아가고 싶은 부분이 많은 회사"라고 말했다.

물론 샤오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벤치마킹'과 '표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샤오미만의 독창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허 이슈 때문에 삼성과 애플의 텃밭인 한국이나 미국 진출은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삼성, LG 같은 국내 기업들의 철옹성이 굳건한 한국 시장에서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건 유례가 없던 일이다. 더구나 국내 모바일 시장은 유행의 최전선에 있다. 샤오미 열풍을 예사롭게 볼 일은 아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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