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공공 오피스(office) 시장의 독과점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 오피스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글과컴퓨터 두 곳이 지배해온 시장으로 지난해 기준 약 85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MS가 약 590억원, 한컴이 약 26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은 한글(hwp) 문서 작성을 위해 한컴 오피스를, 엑셀 작업을 위해선 MS 오피스를 함께 사용하며 사실상 경쟁 없는 공존 상태를 지속, '가격 상승을 막을 동력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한컴오피스 5년간 75%↑…공공 시장 상승폭 훨씬 커
그 동안 MS라는 '외세'로부터 국내 오피스 시장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한컴이지만 공공 시장에선 MS와 함께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이익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아이뉴스24가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나라장터 조달통합정보시스템 공급 단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공 시장에서 한컴오피스(한글) 가격은 2010년 약 9만9천원에서 2014년 약 17만2천480원으로 5년만에 무려 74.2% 올랐다.
MS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MS 오피스는 약 26만1천원에서 약 41만3천930원으로 58.6%가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 시장에서 한컴오피스는 약 28만6천원에서 약 32만 6천원으로 불과 13.98%, MS 오피스는 약 54만3천원에서 약 55만1천원으로 0.91% 상승하는데 그쳤다. 경쟁없이 팔 수 있는 공공 시장에서만 가격을 크게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국MS 관계자는 "조달가는 조달청에서 관리하는 부분이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 시장에서 이러한 가격 상승은 보안 SW인 백신(Anti-Virus)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이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백신을 공급하는 내로라 하는 보안기업들의 제품 가격은 수년째 2만원 초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가격이 오르긴커녕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스트소프트의 '알약' 조달가는 2010년 2만1천900원에서 올해 2만1천700원으로 오히려 200원이 떨어졌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조달가는 담당자에 따라 춤을 춘다"며 "일반적으로 신제품이 아니면 매년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포맷 종속이 화 불러
이런 독과점에서 오는 폐해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가 개방형 표준(open standard)이 아닌 특정 포맷을 사용해온 것이 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오픈 스탠다드를 쓰지 않은 데 근본원인이 있다"면서 "이것이 특정 기업을 '갑'의 위치에 올라서게 만들었고, 일단 갑의 위치에 오른 기업은 '을'이 버틸 수 있는 한도까지 가격을 올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MS와 한컴은 독과점 제품이다 보니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가격정책이 형성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전자결재, 그룹웨어 등이 한컴오피스에 연동돼 '록인(Lock-in)'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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