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영화 산업에 뛰어들어 주목된다.
텐센트는 지난 9월 영화 투자 및 제작을 위한 '텐센트 픽처스'를 설립하며 영화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달 초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얼굴을 비추며 영화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유명 지적재산권(IP)과 플랫폼을 앞세워 중국 게임 시장을 평정한 텐센트가 영화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손 안의 극장' 노리는 텐센트
텐센트가 구상하는 영화산업은 극장을 찾아 티켓을 구매하는 전통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만 6억 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8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메신저 '큐큐(QQ)'를 토대로 언제 어디서든 영화와 해당 영화의 소재가 된 원천 IP를 감상할 수 있는 유통망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손 안의 극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청우(程武) 텐센트픽처스 대표 겸 텐센트그룹 전략담당 부총재는 "예전에는 '해리포터'를 보려면 서점에서 줄을 섰고 영화는 영화관에 가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소스(IP)로 만든 소설과 웹툰, 영화를 휴대폰에서 연이어 즐길 수 있고 쇼핑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 대표는 이어 "텐센트는 메신저를 통해 창작자와 소비자가 IP를 놓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것"이라며 "모바일 기기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영화를 즐기고 감상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했다.
◆1천만 개 넘는 IP로 영화 제작
영화산업 진출을 선언한 텐센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이 회사가 갖춘 강력한 IP에 있다. 텐센트는 10년 이상 게임사업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익숙한 유망 IP를 다수 확보한 상태다. 2012년 웹툰, 2013년에는 문학 플랫폼을 선보인 것도 자체적으로 IP를 생산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현재 텐센트 웹툰에는 2만 개의 IP가 등록돼 있으며 텐센트 문학 역시 400만 명의 개인 창작자가 올린 1천만 개의 IP가 연재되고 있다. 이러한 IP를 토대로 대중들이 선호할 영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 텐센트가 그리는 그림이다.
텐센트픽처스는 텐센트가 보유한 유망 지적재산권 11개를 활용해 게임과 애니메이션·문학·영화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궈징밍 등 중국 인기 웹 소설 작가의 IP를 활용해 영화·모바일 게임으로 동시에 제작해 유통하고, 할리우드 레전더리픽처스와도 영화를 공동제작할 방침이다.
청 대표는 "10년 이상 게임 사업을 하며 우수한 IP를 많이 확보했다"며 "인기 IP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장르로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 한국 콘텐츠에도 '눈독'
텐센트는 한국과 일본의 콘텐츠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이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청우 텐센트픽처스 대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직접 찾은 것도 이러한 회사 측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또한 한국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에 힘입어 지금과 같은 입지를 다진 바 있다.
국내 콘텐츠 기업에 대한 텐센트의 추가적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와 파티게임즈에 각각 5천300억 원, 200억 원을 투자하고 네시삼십삼분에도 라인과 함께 1천3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게임사에 주목한 바 있다.
청 대표는 "텐센트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다양한 국가와 기업의 IP와 손잡을 것"이라며 "한국은 감독, 작가, 컴퓨터그래픽 전문가 같은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영화 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민아 연구원은 "중국 전체 박스 오피스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48억 달러(약 5조6천억 원)로 북미에 이어 글로벌 2위 수준이며 한국 박스 오피스의 약 3배 수준"이라며 "중국 박스 오피스 시장은 연평균 35% 성장해 2017년 약 117억 달러(약 13조5천억 원) 시장으로 성장해 북미 박스 오피스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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