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회가 파행하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선거구 획정 논의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은 총선 5개월 전까지 마쳐야 한다. 20대 총선의 경우 11월 13일이 법정시한이지만,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선거구 획정을 비롯한 모든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대로라면 법정시한을 지키기는커녕 올해 말까지도 선거구 획정을 마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현행 선거구의 법정시한은 12월 31일로, 이 시한을 넘기면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발생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달 13일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선거구 획정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이를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6일 현재까지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여야가 선거구 획정 논의에 착수하더라도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국회의원 정수(현재 300석)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조정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여전하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인구편차를 현행 3:1에서 2: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될 것을 고려, 현재 246석인 지역구 수를 250석으로 늘리고 늘어나는 4석을 농어촌 지역에 배분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비례대표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데 반대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 정수를 303석으로 늘리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여야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되면 선거구 획정 논의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그간 물밑 조율을 계속해 온 만큼 논의가 재개되면 선거구 획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물리적 시간 부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아 있다. 법정시한까지는 주말을 제외하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 기준 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터라 시한 내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정개특위는 오는 15일 활동이 종료된다. 여야가 그 이전에 본회의를 열어 정개특위 활동 연장을 의결하지 않으면 정개특위는 해산되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관련 논의를 맡게 된다.
한편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과 선거구 획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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