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민간 일반은행과 비교해 국책은행들이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
국책은행들은 부실해진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이 민간은행보다 평균 2.5년 늦었다. 2008년 이후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은 한계기업 식별 시점(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로 3년간 지속된 시점) 대비 평균 1.2년 빨랐으나, 국책은행은 평균 1.3년이 늦어 결과적으로 일반은행보다 평균 2.5년 지체됐다.
국책은행은 부실기업에 오히려 지원을 확대했다. 선제적인 구조조정 요구보다는 기업 회생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자금을 더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책은행, 워크아웃 기업에 자산매각 등 요구도 적어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워크아웃 기업들은 자산매각 및 인력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 개시 이후 3년 이내에 70% 정도가 자산매각을 실시했지만,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부실기업에서는 자산매각 실행이 33%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KDI는 이 같이 국책은행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기능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배경으로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 이외의 요인도 감안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임을 들었다.
따라서 국책은행의 역할을 설정할 때 기업구조조정 기능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국책은행보단 시장에서 기업 구조조정 시켜야"
KDI는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이 채권단의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된 기업구조조정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도록 해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진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권 구성이 복잡한 대기업 및 상장기업의 경우,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주도할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현재 지나치게 확대되어 있는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금융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KDI는 "국책은행은 엄격한 기업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법원의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고, 대기업보다는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으로 정책방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부실화된 중소기업은 채권단 구성이 대기업보다 단순하고 구조조정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으며, 부실기업 매각시장도 형성되어 있지 않아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역할이 필요한 부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국책은행 역할조정 방안에서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과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들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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