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머신러닝(기계학습)'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에 머신러닝 기술을 앞다퉈 적용하는가 하면 머신러닝 기술 노하우를 공개 소프트웨어(오픈소스)로 내놓는 등 개발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아태지역 '매직 인 더 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머신러닝 기술을 집약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텐소플로우(TensorFlow)'를 오픈소스로 내놨다. 개발자들은 텐소플로우를 무료로 쓸 수 있고 향후 구글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텐소플로우는 구글의 대규모 분산 머신러닝 시스템 '디스트빌리프(DistBelief)'의 후속 버전이다. 구글의 딥 러닝(머신러닝의 한 종류) 시스템 '구글 브레인'도 디스트빌리프를 기반으로 구성돼있다. 텐소플로우는 디스트빌리프 보다 학습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구글 포토, 구글 드라이브, 구글 번역, 구글 캘린더, 지메일 등 50여가지 서비스에 텐소플로우를 적용, 서비스 퀄리티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날 구글은 스스로 사진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구글 포토의 머신러닝 기술과 자동으로 이메일 답장을 보내주는 지메일의 '스마트 리플라이' 기능도 함께 발표했다.
◆구글 vs MS, 머신러닝 생태계 주도 의지
텐소플로우는 구글 머신러닝 기술의 핵심으로, 오픈소스로 그것도 무료로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구글은 머신러닝 분야에서 우수한 개발자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수한 개발자들이 함께 텐소플로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이는 곧 머신러닝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구글의 계산이다.
구글에 따르면 기존 개발자나 컴퓨터 과학자들 중에서 머신러닝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회사에 중요한 자산이라 할지라도 이를 외부에 공개해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회장은 '매직 인 더 머신' 간담회 행사 영상 연설을 통해 "업계가 스마트해질수록 구글이 얻는 것도 많아질 것"이라며 "학계, 연구소, 기업 등에서 더 많이 사용할 수록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어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 경쟁사들도 텐소플로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글은 지난 2011년에도 클라우드 규모의 일반용 머신러닝 시스템 '프리딕션' 개발도구(API)를 공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월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인지 및 알고리즘 분석과 활용을 연구하는 '옥스포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MS는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모든 API를 이미 무료로 공개했다.
MS는 이외에도 독자 개발한 이미지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구성된 웹 사이트 '하우올드닷넷'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이트는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인물의 나이를 맞춰준다. 사진 속 객체를 인식해 이지미속 사람과 동물, 물체 등이 각각 무엇인지 스스로 구분하는게 기술의 핵심이다. 구글 포토가 사진속 이미지를 스스로 구별한다는 점에서 유사한점이 많다.
MS 역시 구글 포토나 지메일 스마트 리플라이 처럼 자사 서비스에 머신 러닝 기술을 녹여왔다. MS 스카이프 자동 번역기나, 음성 비서 코타나, MS 오피스 자동 오타 수정 기능도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MS는 머신러닝 기술을 기업에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애저 머신 러닝'을 올해 초 출시했다. 다른 기업이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화 할 수 있도록 제품화 했다는 점이 구글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MS 관계자는"글로벌 엘리베이터 기업 티센쿠르프가 애저 머신러닝 서비스를 도입해 엘리베이트 속도, 모터온도, 출입문 오작동 데이터를 예측 가능한 모델로 만들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티센크루프는 애저 머신러닝 도입 이후 엘리베이터에 언제 문제가 발생할 지를 미리 분석해 사전에 미리 수리해두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애플-페이스북도 머신러닝 도입 박차
애플도 머신러닝 관련 기업 2곳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머신러닝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영국 딥 러닝 스타트업 보컬IQ와 미국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 페리켑티오를 인수했다.
애플은 음성 개인 비서 '시리'를 비롯해 일반언어 처리 능력의 향상을 목적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음성 비서는 MS '코타나', 구글 '나우', 삼성 '갤럭시 보이스' 등 다수의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애플은 지난 2011년 10월 아이폰4s를 출시하면서 최초로 음성 비서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애플은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인지 머신러닝 관련 프로젝트는 외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iOS 9에 탑재된 머신러닝 기술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에 대해서만 공개돼 있을 뿐이다.
프로액티브 어시트턴트는 아이폰에 저장된 정보로부터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학습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즉, 애플의 행보는 구글이나 MS와 달리 자사 서비스 퀄리티를 향상시키는 목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말 머신러닝 분야 권위자인 미국 뉴욕대 얀 레쿤 교수를 페이스북 인공지능연구소 총괄로 영입했다. 페이스북은 '팬더'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자들이 SNS에 올리는 사진이나 성별, 헤어스타일, 옷, 표정을 식별하는 방법을 연구중에 있으며 자연 연어 처리와 텍스트 분석에 머신러닝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사진을 분석해 맞춤형 타겟팅 광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애플을 제외한 구글, MS, 페이스북, IBM,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들은 오는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는 인공지능 신경정보 콘퍼런스에서 머신러닝 관련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머신러닝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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