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황금 티켓'으로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소공점 한 곳 '수성'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두산 박용만 회장은 새 사업권 획득에 성공하며 면세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롯데 월드타워점과 함께 SK도 기존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을 내놓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관세청은 14일 오후 7시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서울·부산 시내 면세점 4곳의 새 주인으로 서울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신세계, 두산을 선정했다.
지난 몇 달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이번 입찰전에는 ▲서울에서 롯데와 SK, 두산, 신세계 등 4곳 ▲부산에서 신세계와 패션그룹형지 등 2곳이 참여했지만 결국 사업자 발표와 함께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결국 새로운 사업자들의 승리로 마감되면서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은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이들은 6개월 이내의 영업준비 기간을 가진 뒤 특허를 받아 향후 5년간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본점 신관을 입지로 내세운 신세계는 지난 7월 고배를 마신 후 전략을 재정비한 효과를 이번에 톡톡히 봤다. 특히 형지와 대결을 펼쳤던 부산점 '수성'과 서울 시내 면세점 '진입' 등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면서 면세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내년 4월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인 신세계는 향후 5년간 530억 원을 투자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조성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관광시설 및 콘텐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도심관광을 활성화시켜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까지 1천700만명으로 늘리고 14만 명의 고용창출과 총 7조5천억 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방침이다. 또 사업 첫 해 1조 원, 5년간 1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더불어 본점 신관 맞은편 메사빌딩에 1만200㎡ 규모의 '국산의 힘 센터'를 설치, 이를 중소·중견기업의 우수 국산품을 수출하는 '전초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신세계그룹의 유통산업 역량과 면세사업 운영능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 준 것 같다"며 "대규모 투자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일자리도 많이 늘려 국민경제에 기여하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용진 부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찬,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만들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면세점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사장은 "관광산업의 인프라를 다지고 도심관광도 활성화시켜 경제에 온기가 불어넣어 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앞세운 두산은 말 그대로 '잔칫집' 분위기다. 그동안 중공업에 주력하던 두산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유통업에 나서게 되면서 그룹 내 사업 다각화 추진에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또 동대문 두타를 입지로 내세워 사업권 획득에 성공한 두산은 앞으로 K브랜드 글로벌화, 동대문 발전 등을 위해 영업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두산은 내년 6월 매장을 그랜드 오픈, 사업 첫 해 5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2년차에는 매출 1조 원을 돌파, 5년간 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별도 재원을 들여 중소·중견기업 지원, 협력사 지원, 중견면세점 지원에 나설 방침이며, 그동안의 네트워크와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브랜드를 매년 30개 이상 발굴해 글로벌 판로 지원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두산 동현수 사장은 "두산이 각 평가항목 별로 치밀하게 준비한 사업계획이 이번 심사 시 제대로 평가 받았다"며 "동대문 상권의 염원을 담아서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동대문 상권 부활을 돕고 동대문을 서울 시내 대표적 관광 허브로 키울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면세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면 '독과점 문제', '오너일가 경영권 다툼' 등으로 불안했던 롯데는 결국 이번에 소공점 하나만 수성 하면서 면세사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기존 인력 재배치, 구축된 플랫폼들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 지 등 후폭풍도 우려된다.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 4천820억 원을 올리며 소공점(1조9천7630억 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떨어졌다. 그러나 제2 롯데월드 완공 시 '관광·쇼핑 복합 면세점'으로 키우겠다는 롯데의 비전의 가장으로 이번 경쟁에서도 그룹차원에서 '수성'에 전방위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두산이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롯데 면세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또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잘 파악, 보완해 앞으로 세계 1위의 면세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월드타워점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 파트너사가 이번 일로 피해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회공헌 등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약속한 내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의 독과점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오너일가의 집안 싸움이 이번 면세점 경쟁에도 불똥이 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방해작전이 성공함과 더불어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워커힐면세점 '수성'과 동대문 케레스타를 앞세운 '공성'에 모두 실패한 SK네트웍스는 침통한 분위기다. 23년만에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되면서 경영에도 만만치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약 1천억 원을 투자해 기존 면세점 면적을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했으나,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할 말이 없다"며 "발표가 방금 났기 때문에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권이 보장되지 않고 신규 사업자들이 진출하면서 면세업계의 지각변동과 더불어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더 가중됐다"며 "앞으로 계속 사업권 만료가 있을 때마다 이런 경쟁을 벌여야 한다면 국내 면세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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