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국내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지섭 연구위원이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연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특히 우리나라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전 연령층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로 조사됐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에서는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 연령대의 평균보다 크게 낮다.
반면,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로, 전 연령대 평균(128%)을 상당폭 웃돌았다. 이 비율은 비교 가능한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경우 생애주기에 걸쳐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축소시켜 온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조정이 지연된 데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소득안정성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고령층의 부채상환여력은 주요국보다 취약했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소득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연금 및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한데, 이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독일 및 네덜란드에 비해 크게 낮다.
고령층 소득 중 연금소득 비중이 유럽보다 낮은 미국도 39%로 우리나라보다는 높았다. 게다가 미국은 법정 은퇴연령이 없어 근로 및 사업 소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가능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연금제도가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변동에 더 민감한 고령층 가구의 근로 및 사업 소득의 비중은 여전히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우, 급격한 부채 조정 요구 등과 같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으로 진단했다.
국내 전 연령층의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67%)은 주요국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나,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74%)은 미국·유럽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고령층 부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따라서 거시경제여건의 변화로 급격하게 부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층 가구의 상환능력이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다만 총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 내외에 머물러 있어, 자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고령층 전반의 상환능력 자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가계, 50대 이르러서야 부채 축소 시작
한편, 김 연구위원은 "미국 가계는 40대 중반부터 부채를 줄여나가는데, 우리나라 가계는 50대에 이르러서야 부채를 축소시키기 시작해 상대적으로 부채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거치식·일시상환 방식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차환위험에 취약한 상황이라, 소득흐름이 급격히 낮아지는 고령층은 차환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별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계약기간을 보면 미국은 약 24.5년(중앙값은 30년)이고, 유럽도 대부분 20~30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 들어서야 17~18년이 됐다. 또 주택담보대출에서의 만기 일시상환 대출비율도 유럽의 경우 평균 7.5% 내외지만, 우리나라는 29%에 육박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구조를 신속히 정착시켜 부채 부담이 고령가구까지 이연될 가능성을 축소하고, 부동산 유동화 방안을 확충해 고령가구의 자산 유동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상환구조를 거치식·일시상환에서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되는 은퇴 이전 시점까지 부채 원리금의 상당 부분을 상환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이 상대적으로 작은 젊은 층은 가계대출을 장기화해 매월 상환하는 원리금 부담을 낮추고, 현재 소득은 높지만 향후 소득 하락이 예상되는 중장년층에는 DTI 산정 시 은퇴 이후 소득 및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주택연금·역모기지 제도 등을 적극 확대해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을 높여 고령가구의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상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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