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문 대표의 제안이 지도부 일부와 비주류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문안박 연대의 한 축을 이루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는 사실상 거부 쪽으로 기운 상황이다. 다음주 초 안 전 대표가 당내 분란과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인 만큼 그의 입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독재와 민생파탄을 견제할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우리 당의 혁신과 단합 승리를 위해 함께하라는 당원과 국민들의 요청에 따라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통합과 혁신을 위해 더 이상의 방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마지막 방안이 아닐까 한다"며 "(문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안 전 대표도 긍정적인 결론을 내려주시길 부탁한다"고 거듭 문안박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최고위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비주류의 주요 인사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거취가 달린 문제를 최고위원들과 한마디 상의와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당 지도부 권한을 대표 혼자 이렇게 나눠먹어도 되느냐"고 문 대표를 맹비난했다.
당내 86그룹의 대표 인사인 오영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른 형태의 당 지분과 권력 나누기로 보일 수도 있다" 우려를 드러냈다.
호남 중진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비판적 시각을 가진 비주류 의원들을 일거에 공천권이나 요구하는 사람으로 매도해버렸다"며 "당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은 일단 OK, 안철수 최종 선택은?
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에서 "당의 혁신과 단합을 함께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저 혼자서 해내는 것은 벅차다"며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다. 내년 총선을 지휘할 당의 임시 지도부 성격이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와 박 시장과 함께 공동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선거대책위원회와 선거기획단 구성 등 당 대표의 권한도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10·28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를 겨냥한 호남 민심이 악화되고 비주류를 중심으로 사퇴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지도력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세 사람은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선주자들이다. 이들이 힘을 합칠 경우 당내 계파 갈등등을 수습하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복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은 19일 서울시청에서 문 대표와 만나 문안박 지도체제 구성에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또한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연대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안 전 대표가 주문한 당 혁신에 동감한다고 강조했다.
문안박 연대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공은 안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 당초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조선대 강연 이후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사실상 거절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오는 23~24일 중으로 현재 당내 분란에 대한 대책과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안철수 의원 측은 "문 대표의 문안박 희망스크럼은 전당대회 때부터 제기된 새로울 것 없는 내용으로 이미 안 전 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며 "지금은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실패 이후 당의 위기 상황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안 전 대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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