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여야 정치권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튿날인 23일,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합과 통합' 메시지를 되새기면서도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 처리 등 쟁점을 놓고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개혁·경제활성화 관련 입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관철하기 위해 '예산안 연계' 카드를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같은 새누리당의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11월 말까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고 노동개혁 5법 일괄 처리를 전향적으로 수행해 달라"며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부 원안대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가 오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치고 합의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다음달 1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원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단독 수정안을 마련해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으면 야당을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 시도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새누리당의 예산안-법안 연계 전략은 야당이 원하는 예산을 볼모로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과거 야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신들이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던 전략을 스스로 차용한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지만 이 마저도 불사할 태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예산안-법안 연계 처리 방침에 대해 "국회 후진화, 헌정 사상 유례없는 물물교환 정치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하나의 시혜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상임위, 예결위 논의를 무위로 돌리려는 듯한 태도"라며 "무엇보다 TK(대구·경북) 편중 예산, '진박' 출마용 경력 예산이 숨어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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