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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시대 초읽기, 어떤 세상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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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 기대…경쟁자 만난 금융권 변혁도 예상

[이혜경기자] 지난 29일 카카오은행과 K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가운데, 이에 따른 파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경쟁자 출현에 따른 금융산업의 경쟁력 향상 유도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편익 면에서는 새롭게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이 열리고, 점포 방문없이도 은행업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등이 관심을 모은다.

카카오은행과 K뱅크는 모두 중금리 신용대출을 주요 아이템으로 제시한 상태다. 그동안 대출시장에서는 고신용자는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저신용자는 대부업 등의 30% 가까운 고금리 대출로 양극화 상태였다. 재무정보나 직장의 안정성 등만을 기초로 산정된 기존 신용평가체계의 한계, 금융권의 보수적인 대출태도 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동 내역 등을 바탕으로 추출한 빅데이터를 대출시 신용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무정보만으로는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웠던 다수의 중간급 신용보유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에 못가면 20%대 고금리대출밖에 없던 이들이 10%대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이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징인 무점포 서비스의 경우, 카카오은행은 3천500만 사용자가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K뱅크는 제휴사인 GS리테일의 편의점에 1만개의 현금입출금기(ATM)를 깔아 밀착 영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직원이 응대하는 지점은 없을지 몰라도 고객 접점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더 고객 가까이에 파고드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산업에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번 예비인가는 지난 1993년에 평화은행 이후에 23년 만에 나온 은행업 인가일 뿐 아니라, 카카오, KT 등 강력한 ICT기업들이 새롭게 은행업에 가세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핀테크 산업이 꿈틀대면서 예고됐던 '이종격투기'가 보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들의 사업 계획을 보면 조용한 연못의 '메기' 역할을 예고하는 아이디어들이 수두룩하다.

카카오은행의 경우, 모바일 앱을 활용해 고객과 고객, 또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시켜 거래비용을 확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에 고객 및 판매자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아가던 부가통신망(VAN)사업자, 전자지불결제대행사(PG), 카드사 등에는 불리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GS리테일의 편의점에 ATM를 대거 투입하겠다는 K뱅크의 구상도 한결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단순 입출금만 지원하던 은행들의 기존 ATM과 달리, K뱅크는 앞으로 계좌개설, 금융상품 가입, 대출 등 은행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ATM을 제공해 편의를 높일 생각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김수현 애널리스트는 "예비인가 발표 전까지는 VAN, PG, 카드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됐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또 기존의 입출금 및 이체 등의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금융상품 가입 등 은행 업무가 가능한 ATM기기 솔루션 업체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적용해 저비용으로 다수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K뱅크).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거나, 실시간 해외송금을 지원하고(K뱅크), 예금 이자는 현금뿐 아니라 포인트,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게 지급하겠다는 아이디어 등 카카오은행과 K뱅크는 기존 은행에서는 볼 수 없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다수 제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질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이와 연계한 ICT 등 유관산업까지 합쳐 질 좋은 일자리(decent job)를 보다 많이 창출하고, 핀테크 활성화,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 구축 등을 통해 은행산업 해외진출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법 개정 등 남은 과제도 해결돼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전이 일단 마무리됐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업을 제한한 현행 은행법 하의 인가인 만큼, 은행법 개정이 이어져야 한다. 현행법 하에서는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최대 10%까지만 가질 수 있고, 이 가운데 의결권은 4%까지만 인정된다.

현재 국회에 인터넷전문은행인 경우에는 산업자본이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그러나 야권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깨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통과까지는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들이 빠르게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최근 현대증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후 손익분기점까지 최소한 4년은 걸릴 것으로 관측하는 보고서를 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 접점으로 카카오톡, 편의점 등을 제시하며 밀착영업을 통해 안착을 자신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만만한 사업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증권의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신설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여서 신용도가 낮아 예금자들이 원금보장 예금보험 한도인 5천만원 미만의 자금만 맡길 가능성이 높다"며 "예금 모으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예금자산은 인터넷에 서툰 고연령층이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불리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또한 IT설비 투자가 상당한 금융업 특성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컴퓨팅 기반의 IT시설을 구축할 경우 현 예상 전산비용의 3분의 2 이하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전산체계 및 물적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부분이 있으며 금융회사는 개인고객의 금융거래정보처리 위탁시 금감원에 사전보고를 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향후 규제와 제도가 바뀌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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