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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장남 신동주, '신격호 건강 이상'에 코너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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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처분 소송서 신격호 녹취록 공개…무더기 소송전에 차질 있을 듯

[장유미기자] 롯데일가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였던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아버지를 앞세워 법적 소송까지 벌이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판세가 점차 불리해지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1부(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일본 법원에서 진행된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 첫 심리가 5분 만에 종료된 이유에 대해 공개했다.

당시 일본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문제를 이유로 기일 연기를 결정했으나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신 회장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던 신 총괄회장의 녹취록 중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손가락 해임'이 있던 지난 7월 27일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 일행과 일본 롯데홀딩스에 방문해 쓰쿠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있었던 일들로,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신 회장 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 측에 면담을 요청해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하고 양측의 변호사와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변호사 등 총 5명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쓰쿠다 사장은 "저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일하는 사장입니다"라고 답변했으나 신 총괄회장은 기억하지 못하고 쓰쿠다 사장과 똑같은 대화를 4번이나 반복했다.

신 회장 측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은 함께 동석한 변호사도 무슨 일로 대화에 참여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며 "일본 계열사에 관한 일부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해당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 법원 역시 지난달 26일 신 총괄회장이 소송 의미를 이해하는지에 대해 물으며 그의 건강 문제를 제기했다"며 "일본에서 진행되는 다음 심리에서는 녹음 파일이 증거자료로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건강 문제는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의 무더기 소송전의 핵심요소로 부각됐다. 신 전 부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후 소송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날 두 번째로 진행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 심리 역시 신 전 부회장의 뜻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회장 측이 1만6천장 분량의 자료를 지난달 27일 전달한 탓에 자료 검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신 회장 측의 반박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이 상당한 자료를 제출한 것을 근거로 "우리 측의 요구를 롯데쇼핑이 받아들여 많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보아 우리가 이번 심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날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손실 등을 근거로 이를 확인할 회계장부 열람을 주장했다. 또 신 회장이 자신의 책임하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막대한 손실을 일으키고 이를 신 총괄회장에게 허위·축소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내부 지시서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중국 사업이 1990년대 초반부터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특히 롯데가 중국 진출 계획을 세울 당시 신 회장이 호남 석유화학이사로 근무하고 있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받아 중국 사업에 관여하고 있음을 여러 자료를 근거로 주장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은 초기부터 중국 사업을 계획하고 직접 지시하면서 모든 진행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아 왔다"며 "이와 관련해 허위·부실보고가 없었음에도 신 전 부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에 강한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 회장 측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중국 사업 손실 확대에 대해 2014년에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4년 신년사에서 "해외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으나 해외에서의 지속적인 확장과 안정적인 성장은 우리 그룹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중국 투자 비중은 롯데쇼핑의 전체 투자액(3조4천800억 원) 중 17.53% 수준에 불과하고 신 총괄회장이 이를 착각해 3조 손실로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롯데쇼핑의 매출 규모(30조 원)에 비춰볼 때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1조 원 손실은 회사 자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날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이 중국에서 칭다오 롯데마트 부동산 처분, 인타이롯데백화점, 럭키파이 지분 취득 등을 진행하며 롯데쇼핑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PPT 자료를 통해 그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오히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경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며 상대 측을 압박해 갔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 전 부회장은 이사회 승인 없이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에 투자해 약 10억 원 가량의 손실을 일으키는 등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해임된 것"이라며 "이는 금액과 관련 없이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경영자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신 전 부회장에 대한 해임 지시는 즉흥적인 것이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5명이 직접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확인하고 결정한 일"이라고 말하며 쓰쿠다 사장 외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확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 신청은 부당한 목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신 전 부회장 스스로도 이 소송의 궁극적 목적이 형사고소에 있음을 공연히 밝히고 있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은 사법절차를 악용해 롯데그룹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역시 심리가 끝난 후 공식 자료를 통해 "롯데쇼핑은 보관하고 있는 상당한 분량의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이미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이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제기하는 의혹들이 잘못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거나 회계처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밝혀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과 의혹제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롯데쇼핑이 많은 분량의 자료들을 심리가 진행되기 직전에 제출해 신 전 부회장 측이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판단, 이번 쟁점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번 더 심리를 진행키로 했다. 3차 심문 기일은 3주 후인 오는 23일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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