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똑똑한 대리운전, 버튼'
대리운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버튼대리'를 처음 실행했을 때 나오는 음성 안내 문구다.
구자룡 버튼테크놀로지 대표가 개발한 버튼대리 앱은 단순히 GPS 만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내장된 와이파이, 모바일 통신망과 함께 실내 위치까지 측정한다.
처음 실행시 이같은 기능을 위해 위치 설정을 하도록 유도한다. 만약 '집'으로 가기 위해 대리 운전을 부르고 싶다면 매번 같은 조작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집 주소를 첫 실행시 저장하면 된다.
이는 최대한 간단하게 대리 운전을 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를 위해서다. 화면 상단에는 요금, 목적지, 경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돼있고 이를 입력한 후 가운데 'CALL' 버튼을 누르면 바로 기사를 호출할 수 있다.
개발 초기에는 정말 '버튼' 하나만 있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말하고 금액을 협상하고 대리운전을 부르는 기존 과정을 버튼 하나에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버튼 하나에 위치, 요금, 목적지, 경유지를 다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주 고객층이 '차가 있고 술을 마시는' 30대~50대 분들입니다. 이들이 생각만큼 스마트하시진 않습니다(웃음). 너무 심플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은 고객의 입장에 맞게 바꾼 것이죠."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라'
구자룡 대표는 버튼테크놀로지를 창업 전 이미 여러번 실패를 맛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렸을때부터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싶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사진이 좋아 사진기자로 취업했다. 그러다간 어느 새 마케팅에 발을 들여 책도 4권이나 냈다.
홍보대행사도 차려보고 IT 컨설팅도 했던 그는 2009년 사진기반 비주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픽사람'을 창업했다. 인스타그램이 폭발했던 시기인만큼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메신저 기능 등 너무 많은 서비스를 붙여 집중도가 떨어졌다.
한달만에 이를 접고 유럽의 '전문숍' 처럼 상품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담아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소셜 커머스 플랫폼 '플러스치즈'를 창업했다. 2년간 서비스를 했지만 이역시 대기업들의 독점 요구에 지쳐 결국 포기해야 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모두 구 대표 스스로 좋아하고 필요하다 판단한 서비스였을 뿐 '고객이 필요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게 그의 분석이다.
"진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뭘까를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일정 규모의 시장크기와 고객이 살짝 불편할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죠. 그게 대리운전 앱입니다. 대리운전을 부르는 과정이 한 2분 정도 되잖아요? 이를 20초 정도로 줄이면 어떨까 생각했죠. 시장도 약 4조원 규모였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버튼 대리를 개발할 때만해도 이미 시중에는 300여개의 대리운전 앱이 출시돼 있었다.
"고객 입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카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 보안 걱정을 덜었고 적립도 자동으로 해주니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실내 위치까지 파악해주니 위치를 일일이 지정할 필요도 없죠."
그런 노력을 고객이 알아본 것일까? 버튼대리는 지난해 4월 첫 출시 이후 급성장해 다운로드 수 30만건을 넘었다. 대리운전 앱 중에서는 1위다.
대리운전 앱은 수천만건을 왔다갔다 하는 다른 앱의 성과지표와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차를 갖고 나온 상황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특정 상황'에서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라이벌 등장 '카카오 드라이버'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구 대표 역시 이를 현재 가장 큰 숙제로 보고 있지만 긍정적인 해석이 더 강하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하면 '전화'로 부르던 대리운전을 '앱'으로 부르는 문화가 조금 더 빨리 정착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트렌드 이동은 버튼대리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기존의 전화 수요를 가져갈지 우리의 수요를 가져갈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거죠."
어떤 시장도 1위 사업자가 100% 독점하는 곳은 없기에 이미 철저히 2위 전략으로 가겠다는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구 대표는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들과의 '상생 전략'을 주무기로 삼았다.
이를 테면 버튼대리 플랫폼에 기존 전화 기반 대리운전 서비스의 인프라를 붙여 대리 기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앱으로 호출하면서도 전화 기반 대리운전 사업자들과 연동해 오히려 그들의 수요를 늘리고 있는 것. 앱 이용률도 높이고 기존 사업자들도 살리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버튼테크놀로지는 내년 1월 전국 서비스를 구축하고 나면 이후엔 B2B 서비스와 탁송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잠시 어린 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현재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버튼대리가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버튼' 하나에 담겠다는 그의 포부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외할머니가 탄 택시가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당시 음주운전자가 대리 운전을 불렀다면 사고는 없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업을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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