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2007년 여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오픈과 함께 시작된 각 백화점간 교외형 아울렛 출점 경쟁이 최근 도심형으로 옮겨 붙었다.
부지 확보, 지역 상권과의 마찰, 상생 문제 등으로 출점에 어려움을 겪는 교외형 아울렛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백화점들이 연중 세일 행사를 벌이며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탓에 소비자들이 교외 아울렛보다 가까운 백화점을 선호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쟁 판도 변화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여주, 파주, 부산 등 도심 외곽지역에만 점포를 출점한 업체들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했으며 3분기에도 18% 줄었다. 롯데 아울렛 역시 2분기에는 매출신장률이 5.3% 감소했고 3분기에는 0.2%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처럼 한 때 잘 나가던 교외형 아울렛들 매출이 줄어든 것은 백화점들이 연중 대형 할인 행사를 펼치며 '재고떨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월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아울렛과 판매 물품이 겹치면서 도심에 위치한 백화점에 고객을 뺏기고 있는 상태다.
또 도심과 떨어진 탓에 접근성이 떨어져 나들이객이 많은 주말과 달리 주중 방문객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도 교외형 아울렛의 단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교외형 아울렛이 전국에 많이 생기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러 부지 확보가 힘든 상태"라며 "경기 불황으로 고객 트렌드가 변하면서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도심형 아울렛을 찾는 경우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천5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롯데백화점 부평점보다 많고 안산점과는 비슷한 수준. 또 2014년 오픈한 현대아울렛 가산점은 올들어 5~11월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4% 증가하는 등 교외형 아울렛 매출과는 대조를 보였다.
이로 인해 각 백화점들은 내년 13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는 아울렛 시장에서 교외형 아울렛보다 도심형 아울렛 출점에 더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집객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출점 속도를 높여 도심형 아울렛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상권에 아울렛을 지으려고 하면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 수도권이나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신도시 지역 위주로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며 "도심형 아울렛은 영업면적이 3천~5천 평이면 오픈할 수 있어 비활성화된 상가만 확보돼도 바로 출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도심형 아울렛 출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백화점으로, 2년차 재고 비중이 높은 팩토리아울렛과 1년도 안된 재고를 판매하고 있는 롯데아울렛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을 비롯해 올해 오픈한 팩토리아울렛 인천점, 롯데아울렛 광교점 등 도심형 아울렛 9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이달 말이나 내년 1월께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에 중저가 패션몰인 패션아일랜드를 장기 임대해 팩토리아울렛 가산점을 오픈하고, 내년에도 수도권 지역에 팩토리아울렛 1곳을 더 오픈할 계획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 진주 혁신도시와 전남 무안군 남악 신도시에 롯데아울렛을 출점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교외형 아울렛과 도심형 아울렛 두 곳을 다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을 앞세워 아울렛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가산동에 도심형 아울렛을 운영중으로 내년에 현대아울렛 동대문점과 가든파이브점도 잇따라 오픈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상품을 취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교외형 아울렛과 달리 도심형 아울렛은 저가 상품 위주로 형성돼 있어 상품 조달에 유리하다"며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아 주중, 주말 관계 없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아울렛이 각광받자 이랜드도 최근 뉴코아 강남점을 리뉴얼, 재개장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글로벌 브랜드 편집숍과 식음료 매장, 라이프스타일숍 등이 들어서 쇼핑과 외식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화재로 쇼핑객들의 발길이 주춤해진 상태다. 앞서 이랜드는 지난 5월 부산에도 도심형 아울렛인 NC서면점을 오픈한 바 있다.
반면 교외형 아울렛 사업만 집중하고 있는 신세계는 도심형 아울렛 사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현재까지 출점 계획은 없지만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형 아울렛이 많아지면 기존 백화점 점포의 자기 잠식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만큼 백화점만 고수해서 영업이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은 맞지 않다"며 "도심형 아울렛 시장이 백화점이나 교외형 아울렛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는 업체간 눈치전이 도심이나 신도시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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