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천하의 애플마저 스마트폰 생존 전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이 내년 일년에 한 번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관례를 깨고 4월에 4인치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는 가운데서도 분기마다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던 애플도 성장 한계에 도달해 일년에 출시되는 라인업을 늘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1분기나 2분기에 출시한다. 중국 제조사들은 신제품 출시가 잦다. 여기에 애플까지 상반기 대전에 참전한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생사를 건 제조사들의 혈투가 펼쳐질 예정이다.
2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4월 보급형 4인치 스마트폰 '아이폰6C'(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폰6C는 지난 9월에 출시된 아이폰6S의 파생모델로 화면크기가 6S(4.7인치)보다 작아진 4인치로 출시될 전망이다.
애플이 지난 2012년에도 아이폰5S의 보급형인 아이폰5C를 함께 출시했고, 지난해 아이폰6부터는 5인치대 플러스(+) 아이폰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일년에 한번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해서 파는 애플의 판매주기로 볼 때 상반기에 별도의 모델을 출시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실용주의 노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쿡 CEO는 지난해 아이폰6부터 '휴대폰은 한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는 전임 스티브잡스의 철학을 버리고 5인치대 플러스 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이폰6C까지 출시된다면 일년에 한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이 제품에 마케팅과 판매를 집중하던 애플의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적용된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처럼 소비자 니즈에 적극 대응건 아이폰 판매량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시장의 분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티펠은 4분기 아이폰 출하량을 7천470만대로 예측했으나 이를 6천800만~7천만대로 수정했다. 미국 투자사 모건스탠리 애플의 2016 회계연도(2015년 10월~2016년 9월)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대비 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매출의 70%를 아이폰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까지 내년 상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일년 내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래그십 폰인 갤럭시S7, G5를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빨리 조기 출시할 전망이다. 한시라도 빨리 시장을 선점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샤오미나 화웨이같은 중국 제조사들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신제품을 자주 출시할 계획이다.
◆레드오션 스마트폰, '록 인' 효과 노리는 서비스 중심 으로 재편되나
스마트폰 시장은 파이를 늘려가며 싸울 수 있는 블루오션이 아니라 늘지 않는 수요 안에서 점유율 경쟁을 해야 하는 레드오션이다.
IDC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3천만대로 지난해보다 9.8%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스마트폰 성장률이 한 자릿수대에 그친 건 IDC 조사 사상 처음이다. 향후 4년간 성장률도 7% 수준에 머문다고 전망됐다.
애플 외에 다른 제조사들의 상황은 더 시급하다. 사실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돈 버는 회사는 애플과 삼성 뿐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너코드 제뉴이티에 따르면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영업익의 94%를 애플이, 11%를 삼성이 차지했다.
이에따라 스마트폰 시장이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충성도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한 '록 인(lock in)'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매달 약 4만원을 내면 기존에 쓰던 아이폰을 새 아이폰으로 교체해 주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호응을 얻고 있는 결제서비스 '삼성페이' 확대와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무선사업부 개발실을 둘로 나누고,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개발 1실장에 삼성페이 주역 이인종 부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언 라이스 IDC 연구원은 "중국 시장도 스마트폰 신규 판매 증가율은 한 자릿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 둔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스마트폰 신규 판매가 아닌 교체, 서비스 등 다른 요인에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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