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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내년 출격 '레이스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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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지금은?]③ 은산분리 완화 무산돼도 "출범 차질 없어"

[김다운기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가.

올 한 해 금융업계와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돼온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년 문을 열 예정이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와 KT가 중심이 된 'K뱅크' 두 곳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카카오뱅크와 K뱅크에 은행업 예비인가를 주기로 결정하면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지난 1992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업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계좌개설·입출금·대출·상품가입 등의 은행 업무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은행을 말한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찰스슈왑, 소니뱅크, 라쿠텐뱅크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신용평가 방법, 유리한 금리, 온라인 밀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핀테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논의도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올 초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전체적인 윤곽을 잡기 시작했으며, 4월에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공청회를 통해 청사진이 드러났다. 금융위는 올 7월에 허용업무, 진입요건, 은산분리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입방안을 발표했고, 9월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를 받고 약 두 달 후 최종적으로 2곳의 예비인가를 승인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을 위해 금융당국과 은행·IT 업계가 숨가쁘게 달려온 셈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초 카카오뱅크와 K뱅크에 대한 본인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본인가를 받은 뒤 6개월 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내년 하반기 중에는 국내에서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경쟁력 최고" vs K뱅크 "동네뱅크 표방"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발표한 청사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리면 저신용등급의 대출자들이 현재 저축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은행이자로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고, 인터넷쇼핑몰에서 쇼핑하고, 핸드폰 및 인터넷 이용요금도 결제할 수 있는 다양한 예금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송금하고, 노점상이나 푸드트럭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스타트업 기업, 영세상인대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서비스된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97%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통한 압도적인 모바일 시장지배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면 일일이 계좌번호를 넣지 않아도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하듯 송금이 가능하고, 카카오뱅크 내 금융봇이 간단한 질문에 대해 24시간 상담을 해준다. 고객 금융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재테크 정보를 추천하는 등 금융비서 역할도 할 계획이다.

그동안 카카오가 카카오뮤직이나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페이 등 신규 서비스들이 최소 3일에서 20여일만에 100만 가입자를 달성하는 등 빠른 고객유치를 이뤄낸 바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급속히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혁신을 위해 '카카오스코어링'이라는 신용평가 시템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 데이터에 주주사로 참여한 지마켓, 예스24, 옥션 등의 업체들의 온라인과 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KT가 주축이 된 K뱅크는 국내 전통적인 금융·통신사업자로서의 강점을 내세웠다. 모바일의 한계를 전국 촘촘히 깔려 있는 자동화기기(ATM) 확대로 극복할 것이라는 전략이다.

GS리테일의 1만여개 편의점 점포, 우리은행 7천개의 ATM, KT의 1천여개 공중전화 등을 인증·개설· 대출·자산관리에 이용하며, 차차 이들 기기들을 스마트 ATM으로 바꿔나간다는 것이다.

국내 과세대상 개인사업자의 70% 이상인 350만 개인사업자, 민간소비 지출규모의 35%인 60억건 이상의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신용평가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로도 활용한다.

KT의 김인회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부실률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 것인지가 관건인데, 그 근간이 신용평가 시스템"이라며 "K뱅크는 양적, 질적 측면에서 압도적인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밖에 상권 분석, 예상 매출액 정보제공, 적정권리금 산출, 소호 창업대출 등 '원스톱 소호 금융플랫폼'으로 자영업까지 침투할 계획이다. 또한 K뱅크가 제공하는 '익스프레스 페이'를 이용하면 결제단말기가 없는 노점상 등 영세업자들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중금리 대출 시장의 성과가 성패 가를 것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과의 대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의미있는 성장세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금리 시장' 공략이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방대한 고객 기반과 개인 고객에 대한 상세한 금융 정보를 통한 신용책정 능력, 조달 비용에서의 우위를 통한 가격 경쟁력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된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금리대출 시장은 포화된 한국 여신 금융산업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평가했다.

매력적인 시장 규모와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1금융권이 평판 리스크로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도권을 잡을 경우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은행 고객 중에서도 중신용 고객과 은행이 거의 취급하지 못하는 저신용 고객은 총 1천749만명으로 전체의 40.2%에 달하는데 이들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국대 오정근 교수는 "현 금융체계에서 신용등급 5~6등급 정도의 대출자들은 저축은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은행 대출 금리가 5% 정도인 것에 비해 저축은행으로 가면 25% 수준까지 금리가 올라간다"며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를 10%대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나 K뱅크 모두 2금융권에서 20%가 넘는 높은 대출이자를 내고 있는 저신용자들에게 이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줌으로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팀(TFT)에 참여한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용우 전무는 "기존 은행의 경우 대손율과 조달비용, 운영비, 알선료 등으로 20%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조달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지점이 필요없기 때문에 충분히 금리에서 경쟁할 수 있는 비용구조"라고 강조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출 가격결정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성 있는 신용위험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만족스러우면서도 수익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수준의 금리 책정이 필요하다.

현대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대출 금리를 신용위험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한다면, 외형 성장세는 매우 빠르겠지만 1~2년 후 대손충당금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며 "반대로 대출 금리를 신용위험 대비 너무 높게 책정한다면 무한경쟁시장인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4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K뱅크는 빠르면 2년, 늦어도 3~4년 안에는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뱅크는 3년 내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KT의 김 부사장은 "보수적으로 계획을 세웠음에도 3년 정도 후에는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며 "KT의 경쟁력을 이용해 IT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갈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은산분리 완화 무산 위기…"그래도 예정대로 진행"

다만,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위해 절실했던 은산분리 완화가 은행법 국회 통과 무산으로 난항에 처한 것은 걸림돌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IT 기업 등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50%로 높이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19대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합의 불발로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현재 예비인가를 받은 업체들이 본인가를 획득하고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1차로 예비인가가 승인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경우 기존 은행법 테두리 안에서 지분요건과 자본금 등의 기준을 엄격히 맞췄기 때문이다.

금융위 이윤수 은행과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가는 현행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에 차질은 없다"며 "은행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면 좋겠지만 이번에 통과가 안된다고 해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역시 은행법 통과와 상관없이 일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내년 1월께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가교(架橋)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물적·인적 시스템 마련 등 본인가를 위한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인가를 받기 전에는 은행법인을 설립할 수 없으므로 행장선임위원회 등을 먼저 가교법인에서 준비하고, 본인가 후에는 은행으로서 정식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현재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지분 구조가 실질적인 경영주도 업체와 일치하지 않는 점으로 인한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각각 카카오와 KT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들은 은행법 통과 후 최대주주를 변경할 계획이었으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하지 못하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로 최대주주이며 카카오는 10% 지분을 갖고 있다. K뱅크 역시 우리은행·GS리테일·한화생명보험·다날 등이 10%씩 지분을 나눠가진 데 비해 KT의 지분은 8%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 전무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소유와 운영이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은행법 개정 유무와 관계없이 현행법에 따라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체계 아래에서 나름대로 각자 주주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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