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25일 문을 열었다. 시행 첫날 5시간 만에 목표금액의 100%를 뛰어넘는 자금을 모은 '1호 성공기업'이 탄생하는 등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여러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창업 초기 스타트업기업이나 벤처기업 등 자금이 필요한 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7월6일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허용됐고, 이후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구체적인 안이 마련된 뒤 이날부터 제도가 시행됐다.
창업한 지 7년 이하의 중소기업이나 신기술개발·문화사업 프로젝트 등을 하는 기업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증권을 발행하고 연간 7억원까지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투자자의 경우 개인 일반투자자는 연간 한 기업당 200만원, 총 500만원까지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다.
이날 와디즈,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인크, 신화웰스펀딩 등 5개 업체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크라우드펀딩업자)로 금융위에 등록을 완료하고 업무를 개시했다.
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크라우드펀딩 업체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크라우드펀딩 안내사이트인 크라우드넷(www.crowdnet.or.kr)을 통해 중개업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위해서는 크라우드펀딩 업체 페이지 접속 후 회원가입을 거쳐 투자한도를 조회한 뒤 청약을 할 수 있다. 비대면 인증을 위해 신분증 사본, 본인 명의의 휴대폰 등이 필요하며, 청약을 하려면 증권계좌가 개설돼 있어야 한다.
청약 신청 후 실시간 계좌이체를 통해 투자금이 입금되면 후에 청약결과 및 배정내역이 통보된다.
◆싸이월드 등 크라우드펀딩 통해 자금모집 나서
국내에서 처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게 된 18개 발행기업들의 면모는 전통 제조업체부터 바이오, 게임, 디자인 업체 등으로 다양했다.
와디즈는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와 해양바이오 원료업체인 '마린테크노', 수제 자동차기업 '모헤닉', 공기청정기 업체 '에어세이브', 아이디어 디자인업체 '51퍼센트' 등 5개 기업의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인크는 재생 아스콘 업체 '신선'과 수입차 보증업체 '트라이월드홀딩스'를, 유캔스타트는 모바일 게임 '샤드오브디유니버스' '센티몬'의 크라우드퍼딩에 나섰고, 신화웰스펀딩은 주방기구 업체 '리벤'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오픈트레이드는 낙상방지 휠체어 제작업체 '와이비소프트', 구인구직 플랫폼 '쉐어잡' 등을 포함한 8개 업체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기업의 기술력과 참신성, 성장 가능성, 지분구조 등을 고려해 발행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인크 고훈 대표는 "인크는 심사역, 애널리스트 출신 인력 등 기업발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업개발팀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며, "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분구조가 크라우드펀딩에 적합한지와 사업에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을 받게 되면 기존 주주 중 10% 이상의 대주주들은 1년의 전매제한에 걸리게 되는데, 회사 임직원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업체가 기존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크라우드펀딩 증권 발행이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기업에게는 자금모집 기회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상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양쪽을 모두 중요하게 살폈다"며 "창업 초기단계 기업부터 성장 궤도에 올랐으나 소비자 인지도가 필요한 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업들을 최초 발행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토종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였던 싸이월드가 지분 9% 정도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공모로 내놓은 것이 눈에 띈다. SK컴즈에서 분사 후 종업원 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난 싸이월드는 이번 크라우드펀딩 등을 바탕으로 재건사업에 나선다.
와디즈 신 대표는 "대중의 힘이 모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대중들이 좋아하던 서비스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 '리스타트' 라는 개념에서 특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날 4만여명 크라우드펀딩 업체 사이트 방문
국내에서 처음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문을 연 이날,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화웰스펀딩 이재석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에 실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실명인증 등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첫날 방문자나 가입자들이 많아 관심 있게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후 4시까지 크라우드펀딩업체 사이트들에는 4만여명 이상이 접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와디즈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마린테크노의 경우 오픈 5시간 만에 7천만원 목표액을 모두 채우면서 '1호 성공기업'이 됐다. 예약청약금까지 합하면 1억원이 넘는 청약이 들어왔다. 엔젤투자자, 성장사다리펀드 내 창조경제혁신펀드, 기타 소액투자자 등 13명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위에 따르면 소액투자자 중심으로 싸이월드(24명), 수제 자동차 기업 모헤닉(10명), 디자인제품 기획․제작플랫폼 51퍼센트, 소형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에어세이브 등의 기업이 관심을 끌었다.
다만 시행 첫날인 만큼 시스템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오픈트레이드의 경우 시행 첫날 홈페이지 접속이 원할하지 못했다. 오픈트레이드 관계자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 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외부 중앙기록관리 인프라와 연결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크는 첫날 시스템 보완을 위해 투자를 받지 않고 오는 26일부터 본격적인 투자금 모집에 나선다. 일단 베타 오픈 형식으로 모집을 시작한 후, 축적된 사용자 경험 유저인터페이스(UI) 등을 반영해 오는 2월 중순이나 3월께 그랜드 오픈을 한다는 계획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첫날인 만큼 각 업체들과의 시스템 연결이나 투자자 청약 자료 처리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신청 의지가 있는 업체들이 있는 만큼 추후 크라우드펀딩 업체 추가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