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이랜드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킴스클럽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두 달이 지나면서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유력 인수 후보업체들은 1조 원 가량 추정되는 인수가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상권 중복, 지역 상인 반발 등을 이유로 인수 의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수가를 낮추려는 치열한 눈치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30일 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포함해 KKR, IMM 등 사모투자펀드(PEF) 등 국내외 10여개 업체가 킴스클럽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랜드는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이달 초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현대백화점·GS리테일 등에 인수제안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또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소개서(IM)를 보낸 상태다. 다음주 중 예비입찰을 실시한 후 적격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11월 30일 이랜드리테일의 SSM사업부인 킴스클럽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이랜드가 운영중인 유통 점포 중 37개 점에 입점된 킴스클럽은 식료품과 공산품을 주로 판매하는 하이퍼마켓으로, 매각은 공개 입찰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최근 티저레터를 받았다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킴스클럽 인수에) 관심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형마트가 국내 시장 포화와 규제 등으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데다 오프라인 매장 수익도 점차 줄고 있어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존 점포와 상권이 겹치거나 대형마트 진입에 대한 지역 상인의 반발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킴스클럽 점포 37개 모두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등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유통점 내에 입점해 있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온라인 사업에 더 주력하고 있다"며 "점포 매출이 계속 줄고 있어 킴스클럽을 인수한다 해도 매출 상승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킴스클럽이 입점된 건물들이 노후화됐고 기존 점포와 위치도 겹쳐서 (인수에 대한) 별다른 관심이 없다"며 "인수한다고 해도 연매출 1조 원 증가와 비례해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 같지 않아 매력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홈플러스 매각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었거나 관심을 보였던 현대백화점과 오리온 역시 이번 인수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랜드가 뉴코아 강남점의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을 킴스클럽 사업권과 함께 매각한다면 인수에 적극 나설 의지가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뉴코아 강남점이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 위치한 데다 킴스클럽 전국 지점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랜드는 뉴코아 강남점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MBK파트너스의 경우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인수에 적극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킴스클럽 인수전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운영중인 신세계와 롯데가 가장 적극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GS수퍼마켓 매장을 확대하며 슈퍼마켓 사업을 키우려는 GS리테일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근에 센트럴시티와 신세계백화점을 운영중인 신세계가 뉴코아 강남점을 가장 많이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곳에 경쟁사인 롯데가 들어올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킴스클럽 강남점을 방문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염탐 중'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이 킴스클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신세계 측은 지난 2011년에도 킴스클럽마트를 2천300억 원에 인수해 현재 이마트 에브리데이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킴스클럽 인수로 업계 매출 순위 다툼에도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어 기존 대형마트 3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기존 대형마트들은 출점이 막힌 상황에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경쟁시 매각가가 오를 것을 염려해 관심업체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대형마트 업계가 불황의 위기 탈출을 위해 과감한 출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킴스클럽 인수는 마지막 기회로 실제로는 이번 인수전에 나서는 업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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