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하루 만에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전격 단행함에 따라 빈손으로 쫓겨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절규했다.
갑작스런 추방 발표에 거래처에 납품할 완제품은커녕 회사 물품 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허둥지둥 입경해야 했던 기업인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개성공단만 바라봐야 했다.
탄식은 분노로 바뀌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2일 오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전시상황도 아닌 상태에서 군사작전 하듯 설 연휴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이에 따른 기업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제품 반출 기대감도 무너져…암시만 해줬어도"
정기섭 회장 등 협회 간부들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여야 지도부와 잇달아 면담을 갖고 '개성공단 중단 관련 보상 및 피해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정부의 조치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는지 규명하고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구멍가게 하나를 한 두 달 영업정지 시켜도 그에 필요한 예고 기간과 절차가 있는데, 정부는 수십만명의 생계가 걸려 있는 공단의 전면 중단 결정을 하면서 기업에는 사전 협의도, 예고도, 작은 암시 조차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 회장은 "언론은 북한이 자산 동결 조치를 갑작스럽게 내려 쌓여 있는 완제품, 업무 자재를 못 가지고 나와 기업들의 손해가 크다고 보도하는데 이는 왜곡된 것"이라며 "정부 측에서 자산 동결 이전에 각 회사별로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문창섭 고문도 "어제까지만 해도 만든 제품이나마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정부가 그것 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한 게 아니라 막대한 최대의 피해를 입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신한용 부회장은 "참여 업체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유창근 부회장은 "기업은 신용을 가지고 산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약속한 바이어에게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야 "특별법 제정해서라도 피해 최소화"
여야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부가 급히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하고도 신속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기존 법령과 제도에 한계가 있을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를 믿고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피해 보상과 관련해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사위 구성 요구에 대해선 "여당 측에 제안해 보겠지만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야3당 만이라도 조속히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대북투자피해기업보상을 위한 특별법 추진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국회 결의안 발의 ▲국회 차원의 입주 업체 피해 실태 조사 ▲당내 '개성공단 중단 대책특위' 구성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적법성 여부 확인 등을 약속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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