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헤드셋 전쟁, 승자는 누구?

[안희권기자] 애플과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이 벌여온 모바일 기기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머지않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헤드셋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용 AR과 VR 헤드셋 제품이 올해들어 출시돼 애플과 구글도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R 헤드셋 시장 진출에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애플과 구글이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제품개발을 추진해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 리프트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HTC 등이 주도해왔던 VR 헤드셋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애플·구글 가세로 VR 헤드셋 시장 판도변화 예상

애플은 최근 AR과 VR 기술업체인 메타이오, 페이스시프트, 이모션트를 잇따라 인수하고 이 분야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해 V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 VR 사업팀은 이미 VR 헤드셋 시제품의 디자인 작업을 끝냈으며 이 제품은 MS의 홀로렌즈나 오큘러스 리프트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또한 최근 유명 VR 전문가인 한명인 더그 바우만 전 버지니아 공과대학 컴퓨터과학 교수를 영입했다.

구글도 저가형 카드보드 공급에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기가 필요없는 독립형 V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제품 외에도 올 연말 성능을 한층 개선한 20달러 카드보드 VR 헤드셋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형 카드보드는 종이대신 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하고 컴퓨터칩과 센서를 탑재해 이전보다 가상현실을 더 빠르게 구현한다. 구글은 지난달 가상현실 사업부문 첫 책임자로 클레이 베이버를 임명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VR 헤드셋을 개발하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두 업체간 경쟁은 그리 치열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구글과 페이스북간 주도권 경쟁이 전면전 양상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아이폰에 회사매출 68%를 의존하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V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퍼 제프리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1세대 제품의 장단점이 명확해지면 애플은 이를 참고해 기존 제품보다 성능과 기능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장악했다. 이번에도 1~2년 동안 시장을 지켜본 후 애플 브랜드와 생태계의 이점을 활용해 VR 헤드셋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iOS 기반 애플 VR 헤드셋이 차세대 아이폰 판매를 촉진하는 연계 상품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반면 구글의 VR 헤드셋 시장 진출은 페이스북에 의한 구글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한 부분이 강하다.

◆구글, 독립형 VR 기기로 페이스북 견제

안드로이드 진영은 스마트폰과 카드보드를 함께 사용해 VR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기들은 페이스북 오큘러스 리프트의 VR 헤드셋에 비해 성능과 기능이 떨어져 시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지난해 공개한 VR 스토어 '오큘러스 홈' 생태계는 구글의 VR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사 최대 강자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오큘러스 홈에 접속할 수 있는 99달러 기어 VR 헤드셋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구글 생태계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글대신 페이스북과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안드로이드 단말기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따라할 경우 오큘러스 홈이 VR 헤드셋 시장에서 구글플레이와 같이 성장해 구글을 위협할 수 있다.

구글은 페이스북과 사활을 건 경쟁이 광고시장에서 콘텐츠 서비스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어 이를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VR 헤드셋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구글과 페이스북간 전면전 양상속에 PC와 연계한 HTC/밸브 진영, PS4 게임기와 연계한 소니, 윈도10 PC와 X박스원을 연계한 MS, 아이폰 보조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애플 등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