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살생부' 파문으로 새누리당이 발칵 뒤집혔다. 친박계 핵심 인사가 김무성 대표에게 현역 40여명 물갈이 명단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에는 정두언 의원이 있다. 정 의원은 최근 김 대표 측근으로부터 "김 대표가 친박계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명 물갈이 요구 명단을 받았는데 거기에 당신 이름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다.
실체 유무를 떠나 선거를 앞두고 살생부가 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명단을 받은 당사자로 당 대표가 거론된 데다 청와대 연루설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정두언 "살생부 실재" vs 김무성 "살생부 운운 안 해"
정 의원이 김 대표로부터 살생부의 존재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고, 김 대표가 이를 거듭 부인하면서 사태는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 대표는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정 의원은 "김 대표와 가까운 50대 변호사를 통해 먼저 이런 이야기를 듣고 2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 대표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김 대표가 분명히 살생부가 실재한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누구로부터 또 어떤 형태로든 공천 관련된 문건이나 이런 걸 받은 일이 없고 말을 전해들은 바도 없다"며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을, 살생부를 운운해 이야기한 바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다만 김 대표는 "최근 정가에 떠도는 유언을 종합해 보면 '이러 이러한 말이 들린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일단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 의원을 최고위원회의에 불러 진상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 갈등 고조…친박 "의혹 사실이면 김대표 책임져야"
우선추천제 등 공천 룰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친박계는 살생부의 실존 여부를 떠나 김 대표가 파문의 중심에 선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그 문건을 받은 적 없다고 해놓고 이렇게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데 국민에 죄송하다는 말을 안 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 대표라는 사람이 찌라시에 떠도는 이야기를 의원들한테 전달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정확히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해야 하고, 정 의원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자신이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해 온 상향식 공천을 사수하기 위해 '친박발(發) 살생부'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앞으로 공관위의 경선 대상 확정, 우선추천지역 선정 등 공천 핵심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파문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며, 친박계와 비박계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