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2일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8일 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중단되게 됐다.
필리버스터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23일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야당이 반대하면서 오후 7시 5분경부터 시작돼 180여 시간을 지속했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으로부터 시작해 문병호·은수미·박원석·최민희·김제남·신경민·강기정·김경협·서기호·김현·김용익·배재정·전순옥·추미애·정청래·진선미·추미애·박혜자·오제세·권은희·이학영·홍종학·서영교·최원식·홍익표·이언주·전정희·임수경·안민석·김기준·김관영·박영선·주승용·정진후·심상정 의원,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무리하는 등 39명의 의원이 토론했다.
최초 테러방지법을 논의한 더민주 의원총회에서는 의원들이 선거를 임박한 조건에서 안보 관련 테러방지법을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수시간 동안의 발언에서 나올 수 있는 말 실수가 종편 방송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주도해 필리버스터 시행이 정해졌지만, 의원총회에서는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26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첫 주자로 나선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테러방지법 구문과 현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하나하나 읽으며 현재 상태에서도 테러방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5시간 33분의 기록으로 김광진 의원이 지난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기 위해 실시한 5시간 19분 발언한 기록을 넘어서자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김 의원과 필리버스터가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은수미 의원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은 의원은 10시간 18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의 국내 최장 시간 발언 기록도 갈아치웠다. 발언을 모두 끝내고 눈물을 흘린 은수미 의원의 모습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필리버스터 최장 시간 발언의 기록은 정청래 의원으로 남게 됐다. 정 의원은 무려 11시간 39분 동안 발언해 국회 최장 발언 기록을 3일 만에 경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언론의 관심은 줄었지만,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이 가득 차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그동안 국회에 '싸우지 말라'고 요구했던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신념을 말로 표출하는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는 평가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신념을 밝히는 발언을 들어볼 기회가 적었던 국민들이 특히 언론 주목도가 낮았던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여야의 진실 공방은 계속됐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몰아주는 법이고, 국정원에 대한 견제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의 테러방지법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연일 야당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테러방지법은 테러 단체에 관련된 인사들이 주이므로 국내 인사에 대한 법 조항 적용은 극히 일부에 지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국내인들에 대한 감청도 고등법원 판사에 의해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제한된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안 확정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더민주는 2일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다.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찬반 여론이 일었지만 180여시간의 필리버스터가 우리 정치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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