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49년만에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이를 대신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선임될 예정이어서 신 총괄회장의 입지가 더 축소될 전망이다.
7일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당가액을 기존 5천 원에서 10분의 1인 500원으로 액면분할하고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대신 황각규 운영실장과 민명기 건과영업본부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또 신 총괄회장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신 회장에 대해서는 재선임할 방침이다.
롯데제과는 순환출자 구조로 엮인 한국 롯데의 핵심 연결고리로서 최상위 지주사인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현재 남아있는 롯데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67개 가운데 54개에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제과 지분을 두고 그동안 우호지분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1년 동안 총 12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 6천787주(0.48%)를 사들여 현재 지분율은 3.96%로 올랐다. 그러나 신 회장은 한 번에 많은 주식을 사들이면서 현재 지분은 8.78%까지 확보했고, 신 회장의 우호세력인 롯데 역시 지난해 말 롯데제과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9.89%까지 확보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67년 4월부터 지금까지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현재 롯데제과 사내이사엔 신 총괄회장 외에 신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 신항범 전무의 이름이 올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지분확보 경쟁 중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반면 신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인 황각규 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이어 자신도 등기이사에 재선임되면서 그룹 내 장악력을 더 높이게 됐다.
황 사장은 지난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현 롯데케미칼) 입사했으며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국제실 팀장을 역임하며 대내외 업무를 총괄했다. 신 회장과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이 힘들 것으로 판단돼 임기 만료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며 "롯데제과가 글로벌 식품 사업을 강화하려고 하는 만큼 글로벌 사업과 M&A 전문가로 평가 받는 황각규 사장의 조력이 절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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