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유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경영 활동이 이뤄졌던 일부 그룹들은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기존 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롯데·현대·신세계 등은 이번 주총에서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를 대부분 교체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신세계를 시작으로 주요 유통그룹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연이어 열린다.
신세계는 11일 오전 9시께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 4층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조근호 이사를 대신해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이번에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인물은 국세청 차장 출신인 박윤준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들도 국세청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눈에 띈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형균 청솔회계사무소 대표를, 신세계건설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 광주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임창규 김&장 고문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는 공정거래위원회 본부국장 등을 지낸 김치걸 전 본부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한다. 또 사업 확장을 앞두고 경영 감시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치와 근거 마련을 위한 정관도 변경한다.
18일에는 롯데쇼핑을 비롯해 현대백화점그룹과 CJ그룹의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된다.
먼저 롯데쇼핑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롯데빅마켓에서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4명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법제처장을 지낸 이재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비롯해 박재완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 최석영 UN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등이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주민센터에서 정기주총을 열어 김상준 법무법인 상임고문을 재선임하고 2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발탁한다.
이번 주총을 통해 김용진 중소기업 미래포럼 회장,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등은 새롭게 현대백화점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김용진 회장은 엠진바이오, 김현철 교수는 BGF리테일과 티에스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김영기 세무법인 티엔피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이번 주총에서 관료 출신들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크다"며 "각종 규제에 얽혀있는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각 정부기관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유통 그룹사들은 이번 정기주총 이후 총수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기존 체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전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롯데는 이번 정기주총 시즌을 기점으로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이 49년 만에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지주사로 평가받는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정기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 액면 분할 등의 안건을 골자로 한 정기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이날 주총에서 신 총괄회장은 등기이사에 재선임되지 않고 이를 대신해 신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신규 선임된다. 이와 함께 민명기 건과영업본부장이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되고, 신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는 재선임된다.
또 이를 기점으로 신 총괄회장은 향후 호텔롯데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도 순차적으로 퇴진해 내년 하반기쯤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 있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는 호텔롯데(임기만료일 3월28일), 부산호텔(11월), 롯데쇼핑(2017년 3월20일),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건설(2017년 3월26일), 롯데알미늄(2017년 8월10일) 등이다.
CJ그룹은 건강 악화로 경영 활동이 어려운 이재현 회장의 입지가 점차 줄어드는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좀 더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이 회장이 신병치료를 위해 그룹 내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인들은 경영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은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 회장을 대신해 신현재 CJ주식회사 경영총괄 부사장,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 총괄 부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구속되기 전까지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신장이식 수술 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2014년 3월부터 각 계열사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와 함께 재선임되지 않고 물러났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임기만료 시점에 맞춰 자연사퇴하게 됐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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