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영화 '데몰리션맨(1993)'의 한 장면. 엘리트 형사 존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 역)은 냉동인간 상태로 잠들었다가 40년 만에 깨어났다. 미래도시 LA의 첫 인상은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진화된 기술들 때문에 낯설기만 하다.
미래도시의 집안에선 "불 꺼", "TV 켜" 말 한마디로 모든 실내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거리에선 전자동 자율주행차들이 활보하고 있다. 너무 낯선 풍경에 욕설이 튀어나오지만 아뿔사! 누가 들었는지 골목마다 설치된 단말기로 '언어순화법 위반' 벌금 딱지가 출력된다. 악당들을 상대하기도 전에 적응하는 일이 더 걱정이다.
◆국내 IT업계 '탈통신' 가속, 사물인터넷 시대 개막
스파르탄 형사가 마주친 미래도시의 배경은 2032년이다. 그러나 그가 2016년 바로 지금 깨어난다고 해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때 SF 영화들 속에서나 상상하던 풍경들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정보전송에 기반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의 현격한 발전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전 세계 IT 공룡들이 IoT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치열한 기술경쟁에 몰두한 결과 다양한 지능형 IoT 서비스들이 상용화되고 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내 IT업계는 전자·통신을 주축으로 '비욘드(Beyond) 스마트폰'을 기치로 IoT를 겨냥한 합종연횡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IT산업의 핵심 기반이었던 스마트폰이 시장 포화와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성장 한계에 도달한 결과,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로서 IoT에 주목하는 것이다.
IoT는 매우 광범한 영역에 걸쳐 있는 산업이다. 가전제품과 패션용품에서부터 자동차, 선박, 건물, 각종 산업용 제어기기까지 대부분의 사물이 연결 대상이다. 그만큼 시장 규모도 광범하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까지 1천억개 이상의 기기들이 IoT로 연결될 전망이다. 그 시장 규모는 11조달러(1천200조원)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드론이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스마트홈은 가전제품을 포함한 각종 기기들을 연결해 실내 환경을 자동 제어하는 서비스다. 스마트카는 자동차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자율운행과 인포테인먼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며 드론은 다양한 형태의 무인비행체를 산업 각 분야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이들 모두 실생활과 가까운 영역들로서 IoT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이들 분야에선 이미 국내에서도 IT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들이 상용화된 상태다. 우선 스마트홈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CCTV 등 다양한 실내기기들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는 서비스들이 지난해부터 본격 상용화됐다.
집안은 물론 해외 여행지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거실과 안방의 상태를 관찰하고 실내 온도·습도, 전력·가스를 조절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와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 린나이 등 가전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올해 대부분의 실내 기기들이 IoT로 연결될 전망이다.
음성·동작인식,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신기술의 접목도 주목된다. 실내 기기들이 사용자의 상태와 집안 환경에 따라 스스로 냉·난방을 가동하고 건강과 안전, 교육과 소비 등 실생활의 맞춤형 정보들을 제공하는 지능형 서비스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IoT 시대 핵심 3대 분야는? 스마트홈·스마트카·드론
스마트카 분야에선 차량 내 단말기로 실시간 교통정보, 동영상·음악 콘텐츠, 전후방 카메라 영상을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도로의 상태와 교통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주행하거나 주차를 대신하는 다양한 형태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DAS)이 자동차 업계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구글은 이미 2014년 브레이크와 액셀이 없는 2인승 전자동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애플이 2019년 자체 전기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계획인 가운데 삼성전자도 지난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 사업팀을 신설해 스마트카 기술경쟁에 대응 중이다. LG전자도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을 서두르고 있다.
드론은 원래 미국이 무인폭격기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공격하는 등 군사 분야에서 사용되던 개념이다. 그러나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다양한 형태의 드론이 취미용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세계 최대 e커머스업체 아마존이 드론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감시망·재난망이 가동되면서 드론이 일상적인 서비스로 본격 자리매김 중이다.
사물인터넷협회 관계자는 "IoT 서비스를 위한 통신, 전자, 자동차, 건설 등 산업 분야를 뛰어넘는 전방위적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타고 올해 매우 다양한 IoT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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