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의 내홍이 시작됐다.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가 스스로를 비례대표 2번으로 선정면서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비례대표 1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2004년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박동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안보 공약을 '종북좌파적 정책'이라고 비판한 '해공 국방안보포럼'에 참여한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공천 과정에서 총선 전 단결을 위해 불만을 참아왔던 당내 세력들이 일거에 불만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페이지에서 "비례대표는 총선과 대선 표에 도움이 되고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이 기본상식인데 발표된 명단은 감동이 없다"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전화통을 불 지르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비례대표 추천은 기본 상식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진인 추미애 의원 역시 "이번 비례대표 선정은 원칙도 없고 국민도 없다"며 "비례로 선정된 분들이 과연 경제민주화나 비정규직 문제와 같이 당이 해결해야하고 추구해야하는 가치와 방향에 부합되는 분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청년 비례대표인 김광진 의원은 "오늘 김종인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당을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17번 정도를 선언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힘써 나아가겠다고 하는 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정면돌파의 입장이 분명하다. 전날 중앙위원회회에서 비례대표 명단 추인이 보류된 가운데 김 대표는 "중앙위원회가 자기네들 마음대로 정하고 선거 관리도 해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저런 식으로 하면 내가 비대위를 할 수 없다"며 "이런 행동을 고치지 않는 이상은 절대 수권정당의 길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21일 당 비대위원회 회의도 불참하고 당무 보이콧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로 예정된 중앙위원회 회의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례대표 공천이 관철되지 않으면 총선 관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비례대표 갈등은 총선 후 야권 주도권 경쟁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그동안 비례대표에 관심이 없다고 해왔던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은 총선 이후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선까지 당의 관리자 성격이었던 김 대표가 공천권을 바탕으로 대선까지 이어지는 당의 실세 주주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김 대표가 당 대표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과 '더 이상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고 한 말대로 대선 후보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전날 보류된 비례대표 명단 확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더민주에서 터져나온 비례대표 공천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이후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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