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최근 열린 수입사 코마트레이드와 샤오미의 총판 계약 체결 발표회에선 기자들의 "낚였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코마트레이드가 기자들에게 행사 전 UHD TV가 하이라이트가 된다고 귀띔했는데, 정작 행사에서 그 위용만 공개했을 뿐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이라는 대답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코마트레이드가 샤오미 TV 출시에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이자 취재진은 당황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텃밭인 국내에서 반값 TV를 내놓겠다는 줄 알고 취재진이 구름떼처럼 몰렸던 터였다.
UHD 화질에 화면이 휜 TV는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 아니다. 여기에 이날 선보인 TV는 중국에서 먼저 공개가 된 제품이었다. 기사 가치라면 출시 시기와 국내에 판매되는 가격 정도인데 이 모두 "협의 중"이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TV를 행사 주제로 내건 것 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설명이었다.
이 논리라면 다른 수입사들도 샤오미 관계자들과 차 한잔 마시고, 인증 절차와 특허 문제로 국내 출시가 TV 보다 더 어렵다는 스마트폰을 '단독 출시'하겠다는 과장 광고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코마트레이드의 '무리수' 간담회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앞서 다른 유통업체인 여우미가 샤오미와 총판 계약 체결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여우미는 샤오미의 전동스쿠터, 보조배터리, 공기청정기, 스마트밴드 등 휴대폰 주변기기나 생활가전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코마트레이드는 스마트폰 출시를 발표할 수 없고 '최초' 타이틀을 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TV 만한 마케팅 포인트는 없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예전만 못하다지만 TV는 스마트폰 다음으로 전자 업체들이 혁신 경쟁을 하는 기기다.
여기서 아무런 출혈 없이 손 안대고 코푸는 건 샤오미였다. 샤오미는 국내 수십 유통 업체의 구애를 받으며 여우미와 코마트레이드를 총판 업체로 선정했고, 이젠 이들의 신경전을 즐기며 국내 소비자들의 '간'을 볼 수 있다. 법무팀을 동원해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샤오미 제품까지 샅샅히 잡는다고 한다.
샤오미는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만 '지사' 설립이 아니라 총판 방식의 일종의 우회 진출을 결정했다. 지사를 설립하게 되면 법적 규제를 받게 되고 국내 직원도 채용해야 한다. 제품 관리에 대한 책임도 커진다. 총판 방식은 공격적인 판매는 어렵더라도 이같은 책임에선 자유롭다.
뒷짐 진 샤오미는 여우미와 코마트레이드 행사에서 여유만만한 모습이었다. 샤오미 측은 무슨 질문에도 "삼성, LG라는 훌륭한 기업의 홈그라운드이자 전자제품 관심도가 높은 시장에 진출하게 되어서 기쁘다", "한국 소비자들도 우리 팬으로 만들고 싶다"며 '주례사' 같은 답변만 하면 될 뿐이었다.
샤오미의 국내 시장 진출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쉽게 살 수 있고 강화된 사후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 점은 반갑다. 하지만 샤오미 같은 '간 보기' 전략이 계속 통한다면 다른 외산 업체들이 구태여 한국 시장에 지사를 세우고 국내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샤오미에 너무 일방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우리는 '샤오미'라는 신기루에 갇혀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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