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내년에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은 욕심으로는 우리가 펀딩한 기업 중에 처음으로 투자회수(엑시트) 사례가 나오는 것을 꿈꾸고 있죠."
설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회사지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회사가 있다. 지난해 옐로금융그룹의 사내벤처로 출범해 올해 1월 제도 시행과 함께 크라우드펀딩 중개서비스를 시작한 인크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출범한 지 100일째를 맞은 지난 3일 여의도 옐로금융그룹 사무실에서 고훈 인크 대표를 만났다.
인크가 설립된 것은 지난해 10월이지만 고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옐로금융그룹에 합류해 크라우드펀딩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는 과거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근무하며 스몰캡(중소형주)과 게임 업종을 담당한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주로 중소형주를 분석하다 보니 비상장기업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창업시장이 크고 있다는 것을 2~3년 전부터 실감했고, 그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거나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30여개 핀테크 전문기업들이 모인 핀테크 전문 그룹인 옐로금융그룹에는 과거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나 펀드매니저, 스타트업 창업가 등 크라우드펀딩 사업에 도움을 줄 만한 인력들이 많았다.
그는 "지난해 7월 크라우드펀딩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룹의 승인을 받아 사내벤처로 인크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인크가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며 업계 선도업체 중 하나로 치고 올라왔다.
고 대표는 지난해 말 실시했던 자체 크라우드펀딩이 인지도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다.
인크는 지난해 스스로 크라우드펀딩 발행기업이 돼, 총 113명으로부터 3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투자자 중엔 옐로금융그룹 직원이나 지인들이 많았으나, 회사와 전혀 관계가 없이 성장성만 보고 투자한 외부투자자들도 44%나 됐다.
◆일반투자자 끌어올리는 '리드투자자' 도입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열린 지 이제 약 100일 정도가 지났다.
고 대표는 "막상 본격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보니 대중들의 접근성이 높지 않았다"며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아직 '크라우드(대중)'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더 많은 대중들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크는 이처럼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리드 투자자' 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영국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 먼저 시작된 방식으로, VC업체나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의 전문투자자들이 발행기업과 발행 조건 등을 협상한 뒤 모집 금액의 상당 부분에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일반 투자자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또 다른 크라우드펀딩 업체 오픈트레이드도 이와 같은 개념인 '신디케이트'를 도입하고 있다.
전문적인 투자판단 능력을 갖춘 리드투자자를 통해 한 차례 검증이 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크라우드펀딩 업체 '시더스'는 리드투자자가 참여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수익을 올릴 경우 리드투자자들이 성과보수를 일부 가져가게 함으로써 전문투자자들의 참여를 높이기도 한다.
고 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이 공모펀드에 대해 성과보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장기적으로는 크라우드펀딩에도 집합투자를 도입해 성과보수제와 연동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인크가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의 특징은 보통주가 아니라 상환전환우선주 형태가 많다는 것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만기 시 투자자가 상환을 요청할 경우 기업 이익잉여금의 한도 내에서 발행가 및 상환이자를 포함한 액수를 상환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말한다. 또한 투자자는 상환 대신 보통주로 전환해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의 VC와 엔젤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통주보다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하나 더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투자자의 경우 기업의 성장이 저조할 경우 상환 청구를 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기업은 대출이나 사채에 비해 상환부담이 적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라고 풀이했다.
◆내년부터 크라우드펀딩 유통시장 활성화 기대
하지만 무엇보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대중의 인지도를 얻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케이스가 현실화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은 '얼리어답터'들이고 이들이 성과를 손에 쥐는 순간이 와야 일반 대중들이 따라올 것으로 봅니다."
보통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유통시장을 통한 매매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 창업기업이 IPO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 12~13년이나 걸리고 M&A는 더욱더 드물고 어렵다"며 "결국은 유통시장을 통해 주가를 올려 매도하는 것이 가장 빠른 투자회수(엑시트)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거래시장인 K-OTC BB를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지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하반기 내 '크라우드펀딩 사적시장'을 개설해 크라우드펀딩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대표는 "내년 초에서 상반기 께에는 크라우드펀딩에서 첫 엑시트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렇게 되면 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2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딩이 진행된 이후에도 기관투자자와의 연계를 통해 후속 투자가 이뤄지게 함으로써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의 엑시트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된 첫 사례로 인크를 통해 지난 3월 크라우드펀딩으로 7천만원을 조달했던 사물인터넷 업체 '모션블루'가 이달 3일 IBK금융그룹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문을 연 100일 동안 정책 드라이브 등에 힘입어 가파르게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업계의 노력으로 올라가야 할 산이 더 높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민간자금을 스타트업 시장으로 끌어들여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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