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올해 모바일 게임사들의 상장이 줄을 잇는다.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게임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를 확대하고 양질의 인적 자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상장을 택하는 게임사들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재 넷마블게임즈와 넷마블 계열 3사, 썸에이지를 비롯해 넵튠, 더원게임즈, 이엔피게임즈 등이 대외적으로 상장 계획을 공식화 했다. '히트'를 만든 넷게임즈도 코스닥 입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게임사는 모두 모바일 게임을 전문으로 개발·서비스하는 회사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양질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3년 말 상장한 선데이토즈(대표 이정웅)를 시작으로 불어닥친 게임사 상장 러시가 올해 한층 더 가속화되는 것이다.
◆대형·중소형 가리지 않고 상장 도전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는 올해 3월 NH투자증권, JP모건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국내·외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이 회사는 증권가에서 기업가치가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최대어'로 꼽힌다. 회사 측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넷마블게임즈의 개발 자회사들인 넷마블몬스터(대표 김건)와 넷마블넥서스(대표 정현호, 배봉건), 넷마블엔투(대표 최정호) 역시 상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모바일 게임 '영웅'을 개발한 썸에이지(대표 백승훈)는 벌써 상장 작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13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앞서 케이비제6호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한 썸에이지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신작 개발과 모바일 게임사 인수합병(M&A)에 쓸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작년 95억원의 연매출을 거둔 바 있다.
모바일 게임사 넵튠도 오는 10월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할 예정이다. 대신밸런스제1호스팩은 넵튠과의 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지난 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제출했다. 넵튠은 정욱 전 한게임 대표 대행이 설립한 게임사로 지난해 10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다. 정욱 넵튠 대표는 "자금 확보와 공신력이 생겨 유망 직원 채용에 유리해진다"며 상장 취지를 설명했다.
이스트소프트의 2대 주주이자 작년 205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이엔피게임즈(대표 이승재)도 내년 코스닥 상장을 예고했다. 지난해 초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한 이 회사는 직상장 또는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고려 중이다. 이승재 이엔피게임즈 대표는 "코스닥 상장은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준비로, 회사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글로벌 7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바일 게임 '건쉽배틀'의 개발사 더원게임즈(대표 김문규)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일 하나금융투자를 대표 주관사로 내세운 더원게임즈는 내년 상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쓸 계획이다. 모바일 게임 '히트'를 만든 넷게임즈(대표 박용현) 역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게임시장 커지고 코스닥 문턱은 낮아져
이처럼 다수의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이 연이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3조9천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성장률이 2.3%에 머물 것이라는 온라인 게임 시장과 대조된다.
게임사들의 국내 증시 입성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일조했다. 온라인 게임이 주를 이루던 2000년대 초반에는 게임사들의 증시 입성은 난제로 꼽혔다.
가령 엠게임은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 관련 사업성 미흡을 이유로 2002년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했고 '서머너즈워'의 흥행으로 대장주 반열에 오른 컴투스 역시 2004년 코스닥 입성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코스닥시장본부는 '개발사는 최소 2개, 퍼블리셔는 3개의 유료 게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기술력 또한 인정받으면서 까다롭던 코스닥 진출 문턱이 낮아졌다. 실제로 2013년 말 선데이토즈를 시작으로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액션스퀘어 등 모바일 게임사의 상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홍순욱 상장유치부장은 "모바일 게임은 산업 트렌드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보고 있다"며 "재무제표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게임사들도 상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원히트 원더'는 이제 그만"
이처럼 상장의 문턱은 낮아졌으나, 상장을 노리는 게임사라면 복수의 흥행작과 성장세를 기약할 수 있는 라인업이 필요하다는 게임업계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단일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일부 게임사들이 증시에 입성했으나 해당 게임의 인기가 식으면서 주가가 급락한 전례가 있어서다.
가령 파티게임즈가 지난 4일 기록한 종가 1만2천800원은 작년 7월 기록한 장중 최고가(4만2천523원) 대비 69.9% 급락한 수치다. 연이은 실적 부진과 유·무상 증자 등을 거쳐 형성된 주가다.
데브시스터즈 역시 단일 게임 '쿠키런' 매출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의 영향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4일 종가(2만4천200원)는 작년 7월 기록한 장중 최고가(3만6천900원) 대비 34.4% 내린 기록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올해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넷마블게임즈가 10종의 게임이 매출 82%를 점유하고 있으며, 매출 비중 중 50%가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일 흥행작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했으나 주가 관리에 실패한 몇몇 게임사들이 전도유망한 게임사들의 상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복수의 흥행작 또는 유명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등 안정적 경쟁력을 갖춘 이후 상장을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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