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자동차 회사 볼보는 2020년까지 "볼보의 차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볼보가 이같은 비전을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빅데이터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테라데이타 최고기술책임자(CTO) 스티븐 브롭스트는 이에 대한 배경을 '빅데이터 혁명의 세 번째 물결'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17일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광화문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빅데이터 혁명에 대해 40분 넘게 이야기했다.
스티븐 브롭스트 CTO는 이베이, 아마존 등 '닷컴' 회사들이 웹에서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것을 첫 번째 물결로, SNS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지 분석하는 것을 두 번째 물결로 구분했다.
또 그가 말하는 제3의 물결은 도처에 깔린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와 만물인터넷(IoE)으로 요약된다. 사물 하나 하나가 아니라 아이, 동물까지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차원에서 사물인터넷(IoT)이 아닌 IoE라는 용어를 썼다.
"볼보는 이른바 센서 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통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자동차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전거 운전자의 헬멧에 센서를 넣어 자동차가 인식하게 만들고 자동차와 자전거가 충돌하지 않게 한다는 비전도 내놓았습니다."
◆"전통적 산업, 데이터 회사로 재편"
그의 말에 따르면 볼보뿐만 아니라 전통적 산업의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 중심 회사로 재편되고 있다.
소비자 가전회사 필립스도 그 중 하나다. "과거 필립스는 전동칫솔 하나를 판매하고 몇 년이 지나 소비자와 관계를 지속해 나갔습니다. 지금은 전동칫솔을 팔고 센서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가 이를 닦는 습관을 수집합니다. 이 데이터를 다시 소비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죠."
"예전에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자기 전에 '이는 닦았니?'라고 물어봤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스코어링 카드가 작성돼 있을 것이고 이를 잘 닦았는지 다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죠."
이는 고객과 관계, 비즈니스 모델까지 변하게 만든다. 필립스 같은 기업의 경우 예전엔 전동칫솔을 소비자에게 판매해주는 월마트 같은 유통점을 관리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자신의 소비자가 누군지 몰랐지만 이제는 직접 소비자와 연결된 관계를 형성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말이 돕니다. 앞으로 회사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회사, 데이터를 활용하게 될 회사, 아니면 망하게 될 회사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요."
맥킨지는 2025년까지 IoE에서 나오는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종 씨앗 거리 계산…카지노 칩에도 센서"
그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글로벌 종자회사 몬산토는 센서 기술을 활용해 파종하는 씨앗 간의 거리를 계산합니다. 토양의 수분, 영양 정도를 분석하는 것인데요. 농지의 어느 부분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의사결정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미 프로야구(MLB)에서는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된다. "공을 던졌을 때의 구속, 타격 시 타구 낙하 지점까지 데이터로 수집합니다. 타자가 공을 쳤을 때 야수가 달려가 공을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 어느 정도 빨리 반응해야 공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가능해요."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에서 칩에 센서를 달아 베팅 습관, 돈 세탁 의심 인물을 파악하는가 하면 대표적인 와인생산지 나파밸리는 언제 포도를 수확해야 최적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또 다른 예도 들었다. "구글과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함께 개발중인 렌즈는 센서를 통해 혈당량을 측정합니다. 당뇨 환자의 약 복용이나 인슐린 주사 시간 등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21세기, 센서 통해 모든 것 측정하는 시대"
여기서 보듯 그는 "21세기는 센서를 통해 모든 것을 측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커넥티드 기기는 90억 개 정도로 2025년에는 250억 개 이상으로 증가, 데이터의 가치와 IoE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회사가 궁극적으로 산업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미래에는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될 것 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분석 서비스(Analytics as Service)의 개념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품을 새로 제조하거나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더라도 새로운 알고리즘만 다운로드 받으면 운영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겁니다."
예컨대 엘리베이터 회사가 엘리베이터라는 하드웨어(HW)를 개조하거나 고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을 새롭게 제공해 HW는 손을 대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빅데이터의 1차, 2차 물결은 기업 대 소비자(B2C)에 집중됐다면 3차 물결은 기업간 거래(B2B)에 특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IoE를 통한 가치창출의 70%가 B2B 영역에서 이뤄질 것으로 맥킨지도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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