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국민의당이 제조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가 이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당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간의 면담을 진행한 후 '옥시 재발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조물책임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화려한 성장 이면엔 정작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닌가 반성한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제조물책임법 입증 전환이 국회와 정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성과 참회"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환경부가 피해 접수를 받지 않아 가피모가 자체적으로 500여 명의 피해접수를 받아 환경기술원에 전달했다"며 "피해자가 접수를 받고 상담하고 알아서 소송하는 등 피해자가 피해 정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국민의당이 앞장 서달라"고 요청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지만 옥시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최소한의 피해 구제나 책임을 묻는데 전혀 도움이 못되고 있다"며 "제조물책임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해 20대 국회에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물로 피해를 입었을 때 증명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기 때문에 실제 소송에 갔을 때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인지 증명하기 어렵다"며 "증거가 제조업체 측에 편재돼 있고 증거를 입수하더라도 내용이 전문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해를 보전 받는데 피해자의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게 가장 핵심적"이라며 "피해 증명을 위한 정보를 가해자 측에 요청할 수 있도록 정보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하고 제조업체에서 정보 제공을 거절할 때 해당 제조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현욱 중소기업중앙회 공제기획실장은 "증명 책임 완화를 통해 사실상 제조업자에게 입증을 전가하는 형태의 입법은 외국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안"이라며 "사고는 곧 제조물 결함이라는 등식이 확산된다면 제품 안전성 확보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과 인력 등으로 제조원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쳐 중소기업 경영상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정보제출명령제도는 제한적인 정보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사실 증명의 필수 정보를 확보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증명책임 경감 규정이 블랙 컨슈머들의 불법적 보상 요구를 정당화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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