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지난 2015년 기준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현재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할 경우 오는 2750년에 이르러서는 한국인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내놓고 수년에 걸쳐 갖가지 정책을 펼쳐왔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반면 1990년대까지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현재 평균 출산율 2.1명으로 유럽연합 국가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프랑스가 유럽 출산율 1위 국가로 우뚝 서게 된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신간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 안니카 외레스가 프랑스인들의 출산과 양육에 대해 면밀히 관찰해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에 살면서 대부분의 프랑스 부부들은 아이를 낳기에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으며, 출산 후에도 일과 양육을 조화롭게 병행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 등 대다수의 저출산 국가들은 집과 안정된 수입이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포기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짚어보며 출산과 육아문제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개인적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프랑스 부부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도 걱정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이유로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보육정책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GDP의 3.2%를 자녀가 있는 가정에 지원하는 등 '육아와 교육은 정부가 일체 책임진다'는 당국의 획기적인 의식 전환을 복지정책에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정책뿐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 또한 인상적이다. 아이를 애 취급하지 않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프랑스인들은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얽매이지 않으며 완벽한 부모가 되고자 애쓰지 않는다. 저자는 프랑스에 살면서 만난 이들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프랑스의 현실을 보여주며 국민성에 맞는 정책과 육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정부의 출산 보육정책에 대한 불신과 아이를 위한 부모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정서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타파한 프랑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유연한 양육 방식을 도모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안니카 외레스 지음, 남기철 옮김/미래엔, 1만4천원)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