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 민혜정기자]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핵심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단통법은 이제 시행 1년 6개월을 조금 넘겨 정부 부처 내에서도 지나치게 성급한 개정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무 부처들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만큼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반응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경쟁 격화로 인한 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은 판매촉진 가능성을 이유로 환영하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 방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논란부터 불거지는 상황이다.
9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단통법을 대폭 손질할 방침이다. 현재 방통위 고시로 지정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규정을 폐지하고 이르면 다음주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단통법상 단말기 지원금 상한은 방통위가 시행세칙의 하나인 고시로 지정한다. 현재 단말기 지원금 상한은 33만원으로 단말기 기종과 지역, 유통점 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원금 상한은 지원금 공시 의무화와 함께 단통법의 핵심 요소다. 전반적인 단말기 지원금 수준을 낮췄다는 측면에서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당시부터 판매점과 소비자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지원금 상한 폐지? 정부 부처도 '엇박자'
문제는 이번 지원금 상한폐지 등과 같은 고시개정이 주무 부처인 방통위나 미래부의 판단이나 결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래부와 방통위는 최근까지 단통법이 시장 안정화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개선안을 검토하나 상한제 폐지 등과 같은 큰폭의 개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 최양희 미래부 장관 역시 최근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단통법의 이같은 측면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지원금 상한 폐지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청와대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경제정책 기조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유관 부처들이 뒤늦게 이에 보조를 맞추고 나선 모양새다.
실제로 이같은 고시 개정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방통위, 미래부 등 해당 부처 고위 관계자까지 뒤늦게 알았다는 후문이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에야 "내달 중 발표될 개정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시인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불과 최근까지도 단통법의 기본틀은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며 "청와대와 기재부가 주무 부처와 제대로 된 상의도 없이 일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지원금 상한 폐지 등을 통한) 시장경쟁 활성화, 가계통신비 인하 체감도 확대 등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통신업계 '반대' vs 제조업계 '환영'
당장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 사실상 단통법 폐지 수준의 개정이 거론되면서 업계 표정도 엇갈리고 있다.
통신업계의 경우 그동안 단통법에 따른 시장 안정화 효과의 수혜자에 속한다. 마케팅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지원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 3사 마케팅비용은 2014년 8조8천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8천719억원으로 10%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통신업체들은 이같은 단통법 지원금 상한이 폐지될 경우 지원금 확대를 통한 가입자 뺏기 경쟁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 단통법 시행 전 '아이폰 대란'과 같은 시장과열 현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제정된 취지가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를 강요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법 시행 2년도 안 돼 예전 상황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 고시개정을 통해 지원금 상한을 먼저 풀 경우 모법상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제)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통신업체들 입장에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조사 입장에선 지원금 대상 제품과 시기에 제한이 풀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는 지원금 상한선 폐지 등 단통법 개정을 원하는 입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제품과 시기에 맞게 활발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단말기 판매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원금 상한선 제한으로 전략(플래그십) 모델 중심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위축됐던 게 사실"이라며 "다양한 마케팅 정책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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