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이제 막 문을 연 20대 국회 화두로 '개헌'이 떠올랐다.
역대 국회 때마다 제기됐지만 산적한 국정 현안 속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밀려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수차례. 이번 만큼은 개헌론이 동력을 잃지 않고 실현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회에서는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가 주최한 간담회에는 2014년 '중국발(發) 개헌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여야 중진 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는 "4.13 총선을 통한 국민들의 메시지는 87년 체제의 핵심인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국회 양당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인명진 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국회가 새로 시작했으니 개헌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등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과 맞물려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다.
야권의 기류도 긍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달 말 한 세미나에서 "87년 헌법에서 대통령 5년 단임의 권력구조라는 것이 원래 취지에 맞게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지 집어볼 시기가 됐다"고 했고,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국회 뿐만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14일 KBS 라디오에서 "87년 헌법이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에 진입시키고 국민 권리 향상에도 다양한 역사적 의미로 기여한 바가 있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검토, 대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개헌론이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큰 '벽'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개헌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상황이 (개헌이) 블랙홀 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그런 상황인가"라며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어렵사리 개헌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여야 각 정당별, 차기 대선주자별로 입장차가 커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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