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구성이 완료되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업계(ICT) 현안들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정 분야별 입법과 정부부처 감독을 전담할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현재 미방위 관련 현안은 녹록치 않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 가계통신비 인하, 통합방송법 제정 등 쟁점이 산적한 상황이다. 벌써 부터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20대 국회 전반기 미방위가 이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지난 1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18개 상임위를 공식 출범하고 원구성을 마무리했다. 미방위의 경우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임됐으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과 무소속 포함 24명의 상임위원 명단이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당 대변인을 역임한 박대출 의원을 간사로 선임해 전투력을 확보했다. 더민주는 운동권 출신의 박홍근 의원을, 국민의당은 광주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김경진 의원을 각각 간사로 선임해 맞대응에 나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논란의 단통법' 벌써부터 충돌?
20대 국회 전반기 미방위가 맞닥뜨릴 국내 방송통신 업계 현안으로 우선 단통법 개정을 꼽을 수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최근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원금 상한은 단통법 중에서도 핵심 요소.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체 고시를 통해 지정하는 지원금 상한액을 단말기 출고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단통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다. 방통위가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가운데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상진 신임 미방위원장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 회의를 통해 "통신 분야 요금이나 단말기 가격문제 등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정책들을 잘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시행 당시부터 소비자들과 업계 일각의 반발을 불렀다. 단말기 지원금의 전반적인 하향 안정화로 실구매가가 상승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까지 미래부와 방통위가 시장 안정화 기능을 강조하며 성과를 자축하던 분위기에서 돌연 조기 폐지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신 위원장의 발언은 이같은 상한제 폐지 방침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현안에 대한 원론적 차원의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여론을 지켜볼 것"이라며 일단 신중론을 보였다.
야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단통법이 유통점마다 제각각이던 단말기 지원금을 통일시켜 소비자에 대한 지원금 역차별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와 기재부 등 상급기관이 미래부와 방통위 등 주무 부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는 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전형적인 인기영합식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당 지도부 회의를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통신기기 시장은 다시 정글로 바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소관 상임위(미방위)가 구성되는 대로 상임위 차원에서 이 문제(단통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통신비·통합방송법도 쟁점 예상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둘러싼 논쟁도 예상된다. 더민주의 경우 당 차원에서 4·13 총선 공약으로 분리공시제(제조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공개) 도입과 함께 기본요금 폐지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통신 3사의 요금제에 포함된 1만원가량의 기본요금을 일괄 폐지하겠다는 것.
이에 통신 3사는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신업체별로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데다 정작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인하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발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또다른 쟁점 사안. 정부는 SK텔레콤의 휴대전화와 KT 집전화의 신규 요금을 종전 미래부 인가 대상에서 신고 대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 업계 1위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다.
정부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규제를 풀어 시장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입장이다. 경쟁업체들의 경우 지금까지 인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장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의 경우 1위 사업자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1위 사업자의 신규 요금제에 대한 인가 심사 중 경쟁업체들이 모방해 유사 요금제를 출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실제 국회 심의를 거쳐 개정안이 법률로 반영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에 대한 통합규제 근거를 마련한 방송법 개정안(통합방송법)도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통합방송법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19대 국회로 넘어왔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중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형국 이다. KT와 LG유플러스, 지상파 방송 등 기업결합 승인을 반대하는 쪽에서 심사를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미방위 구성 후 당장 현안에 대한 치열한 공방 대신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방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 비해 20대 국회 미방위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교체된 상황"이라며 "방송통신 분야 현안에 익숙하지 않은 의원들이 많은 만큼 심도 있는 논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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