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칩거 나흘 만에 당무에 복귀한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김 위원장과 입장을 같이하는 친박계, 반발하는 비박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4.13 총선 참패 후 한 목소리로 외쳤던 '계파 청산'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당무 복귀 후 첫 비대위 회의에서 "비 온 뒤 땅이 더 굳으려면 말려 줄 햇볕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에 필요한 햇볕은 내부의 단결과 양보, 배려"라고 강조하며 거듭 권 총장에 사퇴를 촉구했다.
권 총장은 자신이 사퇴할 명분이 없는데다 해임 절차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며 '버티기'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특히 그는 당헌·당규 상 김 위원장이 사무총장 임명과 관련해 가지는 권한은 추천권이며, 비대위 의결을 통해 임명 절차를 완료한 만큼 해임 역시 비대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박계도 권 총장에 힘을 실었다. 하태경 의원은 21일 PBC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재선입니다' 인터뷰에서 "권 사무총장이 잘못한 게 무엇이 있느냐. 비대위원이기 때문에 복당 문제에 한 표 던진 것이고 그 안건을 김 위원장이 통과시켜 준 것 아니냐"고 옹호했다.
하 의원은 "더 잘못한 사람은 권 총장이 아닌 김 위원장"이라며 "한 표 던졌다고 나가라고 한다면 다른 비대위원도 다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역시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무총장직을 맡겨 놓고 아무런 이유 없이 물러나라고 하면 권 총장의 인권이나 명예는 없느냐"라며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일부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대변한다는 걸 자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친박계는 두 차례 의원 모임을 갖고 권 총장 사퇴를 압박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이우현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사무총장은 비대위원장 직속"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좀 더 시간을 갖고 결정하자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내가 당 대표면 사무총장이 당 대표 말을 거역한다면…(경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권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권 총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한다고 해서 경질 요구를 철회하기에는 김 위원장의 권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있다. 권 총장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새 사무총장을 임명하려면 비대위 의결이 필요한데, 이 경우 비박계가 반발하면서 또 한 번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는 권 총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이 복귀한 만큼 경질에 대해 단호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훌륭한 분을 모시고 와 로봇으로 만들어버리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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