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삼성그룹 IT서비스 기업 삼성SDS가 국내 사이버보안 시장 전면에 등장했다.
1년여 전부터 대외 보안사업 확대를 공언해온 삼성SDS의 움직임이 시장에서 처음 감지되면서 보안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물류사업 부문 분할을 검토하며 독자 생존 가능성을 의심받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행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0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주 NH농협은행의 '차세대 관제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기간은 6개월, 사업 규모는 30억원 중반 정도로 알려진다.
이번에 삼성SDS는 스플렁크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보안정보 및 이벤트 관리(SIEM) 솔루션 등을 제안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농협정보시스템은 IBM의 SIEM 솔루션 등으로 최종까지 맞붙었으나 결국 삼성 측에 사업을 내줬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삼성이)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맞다"면서 "아직 계약 이전이라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지만 사업기간은 연말까지 6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대외 보안사업 확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돼 왔다. 지난해 상반기 한성원 상무가 이끄는 사이버보안팀을 신설하며 대외 보안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 이어 9월에는 에스원의 자회사였던 네트워크 보안업체 시큐아이까지 인수했다.
올들어선 지난 5월 IBM과 에너지, 유틸리티 분야 보안 사업 협력을 맺으며 보폭을 넓혀온 상황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인력 확보, 협력관계 등 사업 태세를 갖추는데 주력해오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SDS의 이같은 본격적인 행보에 기존 보안 전문업체들은 긴장하는 눈치다.
이번과 같은 보안 솔루션 공급 및 시스템통합(SI) 사업은 그간 SK인포섹, 안랩, 이글루시큐리티 등 보안관제 회사들이 주도해왔으나 이제는 삼성SDS와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보보안 업계 매출 1, 2위 기업인 SK인포섹과 안랩의 매출 규모는 각각 1천500억원, 1천300억원대에 불과한 반면 삼성SDS는 올 1분기 매출만 1조7천억원 수준으로 몸집부터 다르다.
또 삼성SDS는 20년간 그룹 보안시스템 운영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다른 고객들의 차세대 관제시스템 구축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 삼성SDS는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사업자로 시장에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저가 경쟁 심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안시장이 가뜩이나 기술보다 가격 출혈 경쟁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경쟁이 더욱 과열될 수 있다는 것.
한 보안업체 임원은 "최근 보안 시장은 가격과 기술이 9대 1도 안 될 정도로 저가 경쟁이 심각한 지경"이라며 "이는 결국 고객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