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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버릭? 공정위 논리에 알뜰폰도 "뜬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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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M&A 불허 근거 두고 논란 확산

[조석근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금지 결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공정위가 CJ헬로비전의 알뜰폰 헬로모바일을 시장의 판을 흔드는 '독행기업(maverick)'으로 판단한 부분이 거센 비판을 부르고 있다.

다소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 기업결합 이후 경쟁상황 악화를 우려한 데 대해 알뜰폰 업계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비해 절대적 열세인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해석이라는 얘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정위 M&A 심사를 놓고 심사지연에 이어 그 최종 판단을 두고도 업계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이번 M&A를 금지한 주된 이유로 기업결합 이후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의 경쟁 악화를 들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과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사업이 결합될 경우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주요 사업자들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독행기업이다. 독행기업이란 공격적인 경쟁전략을 앞세운 기존 시장질서의 파괴자로 가격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뜻한다. 미국에서도 2010년에야, 또 국내에서는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이번에 처음 적용된 개념이다.

공정위는 그 근거로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처음으로 LTE 서비스와 '반값 무약정' LTE 요금제 등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 결과 LTE 서비스 가입자 비율이 알뜰폰 사업자 평균 3배에 가까운 36%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또 해외 유사 사례로 2014년 미국 T모바일과 스프린트, 2011년 AT&T와 T모바일의 기업결합 심사를 들었다. 미 당국은 T모바일이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강력한 독행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 시도를 불허했다. T모바일이 상위 사업자들과 결합할 경우 독행기업으로서 효과가 사라져 경쟁환경이 악화된다는 것.

공정위는 "(요금제한 등) 행태적 조치나 (알뜰폰 부문 매각 등) 자산매각으로는 경쟁제한성에 대한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하다"며 "이동통신 시장에서 기업결합 이전의 CJ헬로비전만큼 독행기업으로서 역할이 가능한 기업을 찾기도 어렵다"며 이번 M&A의 불가론을 강조했다.

◆가입자 80만명으로 이통시장 판 흔들 수 있나

알뜰폰 업계는 공정위의 이 같은 입장이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 시각이라는 반응이다. 국내 알뜰폰 시장은 올 들어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했다. 도입 4년여 만에 전체 이동통신 점유율 10%를 넘어서 외형상으로는 높은 성장세를 이끌며 가계통신비 인하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업계 전체적으로는 영업적자 900억원, 누적적자 2천600억원을 기록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상황. 당장 정부가 전파 사용료 면제기한을 연장하고 우체국 알뜰폰 심사에서 대기업 계열 업체를 배제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그나마 양호한 상황.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지난해 4분기 알뜰폰 사업 시작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가입자 83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1.5%가량으로 여전히 미미하다.

공정위가 해외 독행기업의 사례로 제시한 T모바일의 경우 미국 전체 이동통신 시장 내 3위 사업자다. 이 탓에 CJ헬로비전 알뜰폰 부문이 독행기업로 이의 비교 대상으로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더구나 CJ헬로비전을 비롯한 알뜰폰 입장에서는 요금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망 도매대가로 통신 3사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비스 자체를 통신사 망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을 상대로 한 '혁신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알뜰폰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자들이 적자라는 얘기는 망 도매대가를 제외하면 마진 자체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단말기 가격 협상력, 유통망, 자금력, 고객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데 무슨 근거로 독행기업이라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전문가들이 국내 이동통신 경쟁상황을 결코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M&A 심사과정에서 이미 결론을 두고, 그 논리로 일부 해외사례를 지나치게 기계적인 해석으로 적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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