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반발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왕이 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입혔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측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왕이 부장은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한중 간 신뢰관계가 깨질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윤 장관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일찌감치 중국의 반발을 우려했던 야권은 즉각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회 비준 주장을 거듭 내세웠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5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만약 중국이 외교적 경고를 넘어 정치·경제·군사적 추가 행동에 돌입한다면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또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왕이 부장이 같은 비행기로 이동했고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우호를 과시하고 있는 반면, 윤 장관은 왕이 부장 숙소를 찾아가 회담했다"며 "이른바 북·중 신냉전 블록이 가시화되고 우리만 고립되는 게 현실로 나타났다"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사드 배치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미 국민 절반 이상이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고가 있다"며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우선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이행을 촉구하는 초당적 연석회의가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승용 비대위원은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에게 "확실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촉구한다"고 했고, 조배숙 비대위원은 "사드 배치 결정이 한중관계에 실질적 악영향을 미쳤음이 자명해졌다. 국회 비준은 외교적 곤란에 빠지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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