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정부가 26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27일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착수한다. 바야흐로 '추경 정국'이다.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경제 불안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지역경제 타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했다.
여야도 추경 편성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한 터라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이번만큼은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추경의 구체적 내용을 두고 야당은 정부가 밝힌 '대내외 경제 불안 및 구조조정 대책'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은 상태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추경안을 보면 성장률을 높이자는 것인지,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인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인지, 아니면 세금이 더 걷혔으니 일단 쓰고 보자는 것인지 목적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정권은 경제난이 심각해질 때마다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면서 추경안을 제출하곤 하는데, 추경안으로 경제를 살려내기는커녕 성장률은 항상 최악을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야당은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부실 지원 문제를 청문회를 통해 따지고 여기에 청와대 서별관 회의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재원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번 추경 편성으로 당장은 숨통이 트인 셈이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추경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박 수석부대표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원인과 서별관 회의 결정에 대한 충분한 소명 없이 혈세를 투입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배제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보도자료를 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인상 등 보육 대란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며, 구조조정 지원은 청문회를 통해 기업·산업 부실 원인과 규모를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안 처리 시점을 놓고도 여야 간 이견이 있다. 정부 여당은 다음달 12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현미경 심사'를 벼르고 있어 추경안의 국회 통과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브렉시트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 사태가 예고된 시점에서 이번 추경은 그 어느 때 보다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새누리당은 추경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신속한 국회 처리를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박 수석부대표는 "정부가 원하는대로 8월 12일 경에 처리하건 8월 말에 처리하건 실제 집행되는 것은 9월"이라며 "서두를 일이 아니다. 빨리 보다는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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