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이번 신제품을 갤럭시노트7로 명명한 배경에는 전작 갤럭시노트5에서 숫자 하나만 올라가기엔 아까운 제품이라는 것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이 있었습니다. 갤럭시노트7은 갤럭시S7 시리즈의 장점을 이어받고, 또 개선한 제품입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르파커메르디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작 '갤럭시노트7'를 소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작명 배경과 전작과 달라진 점, 향후 모바일 사업 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숫자 '7' 붙은 이유는 "갤럭시S7 장점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
갤럭시노트7은 삼성전자의 여섯 번째 노트 시리즈다. 전작이 갤럭시노트5였기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6을 붙이는 게 맞다.
하지만 고 사장은 "(삼성전자의) 모든 구성원은 노트 시리즈가 5에서 6으로 한 단계만 건너뛰기엔 아까운 제품이라는 것에 공감했다"며 "(갤럭시노트7은) 갤럭시S7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추가로 홍채인식 등 새로운 기능이 들어가면서 수준이 한 차원 더 올라간 제품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상철 전략마케팅실장이 아이디어를 냈고 모든 사람이 동의해서 이번 시리즈는 '갤럭시노트7'로 명명하게 됐다"며 "상반기에는 S7, 하반기에는 노트7로 (숫자를) 통일하면 내부적으로 마케팅이나 영업하기에 편한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엣지는 갤럭시의 아이덴티티…비중 확대할 것"
고동진 사장은 향후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에서는 가능한 한 엣지 모델의 비중을 늘리려고 계획 중이다. 여기에는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비교적 고가 모델인 엣지 제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고 사장은 "사용 편리성과 소프트웨어적으로 차별화된 사용자경험(UX)을 보장할 수 있다면, 엣지를 갤럭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내부적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번 갤럭시노트7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당초 시장에서 제시됐던 엣지 모델의 보완점인 그립감과 사용성을 많이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S6 시리즈에 엣지 디스플레이를 처음 도입했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고백했다.
그는 "갤럭시S6엣지 출시 당시에는 사실 수율 문제 때문에 (시장에) 충분한 공급을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며 "상당히 뼈아팠던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엣지 모델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이 디자인이나 그립감 측면에서 긍정적이었음을 발견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엣지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아직 더 해야 할 분야가 남아 있다. 특히 서드파티(제3자기업) 개발자들이 여기에 많이 달려들어 줘야 한다는 것. 이는 기본적으로 구글과 합의된 사항이라고 한다.
◆갤럭시노트7 혁신 꼽자면 S펜·홍채인식·SW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7에서 가장 혁신적인 특징으로 먼저 'S펜'의 개선된 기능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갤럭시노트를 출시한 이후 7년 동안 와콤(Wacom)과 협력하며 S펜의 기능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IP68등급의 방수방진 기능 넣은 것이 무기가 됐다. 얕은 물 속에서도 메모가 가능할 정도다.
펜팁의 지름이 50% 이상 줄었고, 필압도 기존 2천48단계에서 4천96단계로 세분화됐다. 외국어번역 및 확대경 기능도 추가됐다.
고 사장이 다음으로 꼽은 것은 바로 '홍채인식' 기능이다. 이 기능을 상용화하기 위해 3년 반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고려해서 넣은 기능으로, 단순한 화면 잠금해제 용도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 서비스 ▲모바일 뱅킹 ▲웹사이트 계정 관리 ▲문서 보안 등의 분야에서 쓰일 전망이다.
그는 "홍채인식 기능은 안경을 쓰고 사용해도 큰 지장이 없다"며 "다만 여름 한낮에 햇볕이 쨍쨍 내려 쬘 때는 인식이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이 꼽은 갤럭시노트7의 세 번째 강점은 강화된 SW 경쟁력이다.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Knox) ▲모바일 결제 플랫폼 삼성페이 ▲계좌 및 계정 통합 관리 플랫폼 삼성패스 ▲데이터 백업 관리 플랫폼 삼성 클라우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앞서 영국에서 삼성전자의 SW 개발을 관장하는 연구소장을 역임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 동안 SW를 이해할 수 있었고, SW 개발에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SW는 여러 명의 개발자보다는 진짜 아키텍처를 이해하고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두명이 필요한 분야"라며 "SW가 나가야 될 방향을 정확히 엔드투엔드(종단간)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를 김장 김치에, 소프트웨어는 묵은지에 비유하며 "향후 SW 분야를 책임질 수 있는 적절한 인력을 확보, 그에게 시간과 권한을 주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동진 사장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클라우드 분야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관련 서비스를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갤럭시 사용자에게 편의성과 즐거움을 계속 제공하려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미국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Joyent)를 인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B2B 시장에서 현재 각광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이 중심이 된다"며 "(클라우드는) 여기에 여러 가지 SW와 하드웨어들이 하나의 거미줄처럼 결합돼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근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 분야에 3년, 5년, 7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를 아우르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갤럭시노트7, 전작보다 성적 좋을 것"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목표 판매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상반기 갤럭시S7 출시 당시와 마찬가지로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한 판매 목표를 세우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갤럭시노트7은 전작보다는 (성적이) 좋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의미있을 만한 혁신을 이뤘고, S펜 기능도 크게 개선했으며 갤럭시S7에 시간 부족으로 인해 차마 넣지 못했던 SW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고 사장은 "하반기에는 크리스마스나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시즌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회 요인이 있다"며 "하지만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나 중국 업체의 부상 등을 고려하면 절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고동진 사장은 현재 갤럭시A시리즈, J시리즈로 구성된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알려진 것과 달리 A시리즈나 J시리즈의 판매 실적이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다"며 "두자릿수 이익이 보장되는 한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은) 계속할 예정이고, 전략 스마트폰과 쌍끌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통해 중국시장 계속 공략"
고동진 사장은 현재 무선사업부가 중국에서 현지 업체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이를 타개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 중국에 별도의 상품 기획 조직을 독립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물은 지난 5월 출시된 중국향 스마트폰 '갤럭시C'다.
고 사장은 "갤럭시C는 현지 시장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다"며 "현지 거래선에 따르면 중국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만든 제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의 경우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로컬 업체들의 경쟁력에 뒤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겠다"고 역설했다.
◆"폴더블은 꼭 하고싶은 분야…시간 걸릴 것"
고동진 사장에 따르면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디바이스 측면에서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크다. 시장에서 스마트폰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폴더블 분야는 꼭 우리가 하고 싶은 분야"라면서도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폴더블을 낸다면 시장에서 소비자분들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의미있는 혁신이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상용화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테스트 많이 했고 하고 있지만 장담은 못 하는 상황이다.
고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오게 되면 이를 뒤쫓아가야 되는 SW나 UX 구성이 굉장히 달라진다"며 "이 부분을 같이 준비하고 있는데, 일반 소비자분들에게 의미 있는 제품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아직은 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뉴욕(미국)=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