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법무부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킬 지를 두고 심사에 들어가면서 CJ그룹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이 회장의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만큼 집중 치료를 위해서라도 이번에 사면 대상에 포함되길 바라고 있지만 최근 롯데 사태 이후 재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만큼 확정 여부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법무부는 9일 오후 2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회장을 포함한 주요 기업인 등 사면·복권 대상자 심사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박 대통령이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는 발언에 따라 이뤄졌다.
대통령 고유의 권한인 특별사면은 사면법 규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 상신(上申)에 앞서 사면심사위에서 비공개로 최종 대상자를 심사한다. 사면심사위 회의록은 5년이 지난 후 공개된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는 사면심사위원장인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이창재 법무부 차관, 안태근 검찰국장, 김해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 정부 측 내부위원 4명과 외부위원 5명이 참여했다. 외부위원은 박창일 전 건양대 의료원장, 배병일 영남대 교수, 김수진 변호사 등 기존 인사와 신임 사면위원으로 위촉된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과 손찬용 서울대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사면심사위에서 결정된 명단은 청와대 논의를 거친 후 박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 또 심사 작업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해 광복절 연휴 직전인 이르면 1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8월 13일 '광복 70년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옥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 등 주요 기업인 14명이 포함됐다. 지난해 특별사면 대상자가 예상보다 적었던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에 많은 기업인들이 사면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로 재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이번에도 정부가 크게 나서진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면심사위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 받고 이에 불복해 재상고를 진행하려 했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돼 이를 포기했다. 이 회장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인 '샤르코 마리투스(CMT)'와 만성신부전증 등을 앓고 있어 현재 정상적인 수감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다.
또 이 회장은 지난달 19일 재상고를 포기한 후 형이 확정되자 사흘 뒤인 같은달 22일 벌금을 일시금으로 입금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미리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도 사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를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어떤 상황이든 이 회장의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내심 이 회장의 사면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CJ그룹은 현재 이 회장을 포함해 주요 경영진의 건강악화가 잇따르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뿐만 아니라 경영 계획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폐암 수술을 받은 후 최근 경영에 복귀했으며 이채욱 부회장 역시 지병인 폐 질환으로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상황이다.
여기에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악화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신병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은 지난해 12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에 전념해 오다 한 달전께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경영진들이 건강 문제로 자리를 잘 지키지 못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했던 굵직한 사업들도 차질을 빚었다. 특히 올 초에는 그룹에서 몇 년 동안 바이오산업 강화를 위해 공들였던 중국 바이오기업 매화그룹을 인수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3년여 동안 투자 계획, 인사 등 모든 현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CJ그룹 경영시계는 더디게 돌아가고 있다.
이 회장 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도 광복절 특사 대상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해당 기업들이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김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4년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후 현재 경영에 복귀한 상태다. 이번에 특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2019년 2월까지 등기이사직 수행 등에서 제약을 받게 된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 역시 특사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사면 가능성이 하락한 상태다. 담 회장은 현재 측근으로부터 1천500억원대 민사소송에 휘말렸으며 계열사 전 임원들의 비리 폭로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은 오너 공백에 따른 경영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번에 각자의 오너들이 사면 대상에 올라 다시 경영에 복귀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최근 '경제 살리기'를 앞세워 재계 오너들의 특사가 과도하게 남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만큼 이들이 사면 대상자에 확실히 포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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