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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재계'…대그룹 총수 사면복권 기대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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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만 사면…김승연 회장, 최재원 부회장 등 제외

[김두탁기자] 박근혜 정부가 12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포함한 중소·영세 상공인, 서민 생계형 형사범, 불우 수형자 등 4천8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으며, 이 가운데 이재현 CJ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 14명도 포함됐다.

또, 모범수 730명에 대한 가석방, 모범 소년원생 75명에 대한 임시퇴원 조치, 서민 생계형 보호관찰대상자 925명에 대한 보호관찰 임시해제 등을 실시했으며,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42만2천493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시행했다.

이번 조치로 수혜를 받는 국민은 특별사면과 특별감면 대상자를 모두 합해 모두 142만9천99명이다.

이날 주요 경제단체 등 경영계는 "글로벌 경제 불안과 수출 감소 및 내수 위축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뤄진 특별사면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이번 사면조치를 계기로 투명·윤리경영에 더욱 힘쓰는 한편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특별사면에 큰 기대를 걸었던 재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만 이뤄지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이번 특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정부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듯 지난달 19일 상고를 취하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이 확정됐으며 이번에 특별사면을 받게 됐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인도적인 차원의 배려를 했다"며 "수감 생활을 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형집행정지 조치가 내려진 점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적 사유 외에도 국가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광복절 특사에 대해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 상공인과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다시금 생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인 등의 경우는 국가경제와 사회에 기여한 공로, 정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소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제한된 인원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제현 회장과 달리 이번 사면에서 제외된 김승연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최재원 부회장 등의 책임 경영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사면 복권될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사업 결정에 대해 신속한 처리리와 함께 각종 국내외 투자 등 활발한 경영 활동에 나서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특사에서 제외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을 통해 "한화 임직원들이 크고 작은 현안 과제들을 차질 없이 수행해 주기를 바라며 제한된 역할이나마 후원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감전 그룹 신성장동력 사업을 책임졌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도 이번 사면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회사 경영 참여가 어려워졌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사면 대상자로 거론 됐지만 '가족 복수 사면 불가' 원칙에 따라 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사면된 바 있다.

이번 사면에 대해 SK 관계자는 "특사 대상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13년 실형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 역시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금껏 열심히 해 왔듯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사면된 기업인들이 다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통 큰 사면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며, "김승연 회장, 최재원 부회장 등이 이번 특사에서 제외된 점은 상당히 아쉬운 것이 사실이며, 이는 몇몇 대기업 오너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행동 등이 최근 반복되면서 여론의 싸늘한 반응을 정부가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대규모 기업인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번 사면에 포함된 이재현 회장의 경우 실제 수감생활은 4개월도 안 되는 가운데 이렇게 풀어주면 정부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실련 관계자도 "반기업 정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재벌 총수 등 중대한 경제사범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맞다"며 "과거 통계 사례를 봐도 총수의 사면과 경제 성장은 관계가 없으며 총수들은 사면 이후에도 재투자를 전개하기보다 계열사 규모만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김두탁기자 kd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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