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힘겹게 추가경정예산안을 합의한 여야가 이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를 두고 맞붙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고 맞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리가 함께 목도한 일은 그야말로 충격"이라며 "가만히 연설을 듣다가 공수처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 순간 '어' 하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됐다"고 정 의장을 맹비난했다.
앞서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과정의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하자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 의장은 우병우 민정수석을 거론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주장했다"면서 "이는 야당이 당론으로 찬성하고 여당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내용이다.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진행 책무를 지고 있는 국회의장이 야당 당론을 대변하듯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얘기한 것"이라며 "중립 의무를 지키면서 국회 운영을 총 책임진 의장이 이렇게 편향된 내용을 개회사에서 거리낌 없이 국민들을 향해 얘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과거 어떤 국회의장이 개헌사가 이렇게 편향됐냐"며 "의장의 납득할만한 사과 조치가 후속되지 않고서는 새누리당은 지금부터 20대 의사일정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우리가 강성야당일 때도 이렇게 안 했는데 뭐하는 짓이냐"며 "개원 정기국회 개회를 아예 거부하는 게 어디에 있느냐. 참으로 황당하다"고 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우 원내대표는 "개회사 뒤에 의장석을 찾아 항의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도 이렇게 깽판을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사람들이 첫날 다 보고 있는데 이해가 안 간다. 거슬리는 소리가 있으면 무조건 거부하면 어떻게 여당을 하겠느냐"고 성토하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
우 원내대표는 "정치라는 게 말로 하는 것으로, 국회 수장이 청와대에 충고한 건데 그걸 정파적인 발언으로 해석해 대항하면 국회의 권위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첫날부터 이렇게 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우 수석 사퇴 요구와 사드 관련 발언에 대해 "전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얘기 아니냐"며 "최근에 일어난 국정 문제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고언을 드린 건데, 의장은 일어나서 그냥 의사방망이만 두들기는 기계가 아니지 않느냐"고 정 의장을 적극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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