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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념 영향력 줄어든 대선, 중심 과제는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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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화에 與 주자도 '격차 해소와 통합', 여야 차이 줄어

[채송무기자] 추석 연휴 후 이어질 국정감사가 끝나면 여야가 대선가도를 본격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선의 중심 구도는 무엇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이전 마지막 전국적 선거였던 20대 총선에서는 그동안 우리 정치판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지역구도가 크게 퇴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이 다수 나왔고, 야권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선자가 복수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대선을 관리하는 여야 지도부들도 상대 지역 태생이다. 새누리당은 호남 태생인 이정현 대표가 당선 직후부터 호남 연대론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서진 정책을 펼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구 태생인 추미애 대표가 보수와 중도가 갖고 있는 안보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의 심화가 지난 대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면서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시대 정신으로 격차 해소를 들고 나선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의 주요 대선주자들도 기존의 이슈인 성장과 안보 보다는 격차 해소와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민생투어를 한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격차해소와 국민통합 경제교실'을 열고 "경제 양극화는 정치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민 간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개혁적 보수주의를 주창한 유승민 의원은 지난 7일 강연에서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 신설, 재벌 개혁 등을 주창하며 기존 당의 입장과 달리하는 것도 게의치 않았다.

반면, 야권 주자들은 시대 정신으로 떠오른 양극화 해소와 복지에 더해 민생과 안보 행보에 적극 나서면서 집토끼 뿐 아니라 보수 내지 중도 유권자까지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복지와 안보 포퓰리즘, 어떻게 가리냐가 중대 문제"

이 때문에 오는 대선은 어느 쪽 세력이 보다 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신뢰가 있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등 여야 주요 주자들이 당시 시대정신이었던 복지와 양극화 해소에 대해 여러 공약을 내놓았으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신뢰감이 더 강한 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선 후 경제민주화 공약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안했던 김종인 의원은 결국 새누리당을 나와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같은 전례 때문에 후보 본인의 신뢰감과 함께 그가 속한 당의 신뢰감 역시 상당히 중요해질 전망이다. 각 정당들이 정기국회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내년 대선은 양극화 해소에 누가 더 유능하냐 아니냐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복지 포퓰리즘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 포퓰리즘이 동원될 것인데 이를 어떻게 가리냐가 중대한 문제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별 갈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들은 우리 사회에 시대별 인식 차가 커졌음을 보였다. 50대와 60대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든든한 지지세력이 됐고, 반면 20대와 30대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지지를 거둬들인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20대 총선은 이같은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나서면서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졌음에도 승리했다. 오는 대선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국가의 부족한 재원 속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젊은 층과 그 외 계층에 어떤 설득력 있는 공약을 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총선을 통해 여권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 만큼 야권이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심판의 화살은 오히려 야권을 향할 수도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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