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이제 삼성전자 제품에서도 애플의 시리(Sir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와 같은 지능형 음성 비서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브랩스(이하 비브)가 개발한 AI 플랫폼 '비브'는 애플의 시리와 상당히 유사한 개인용 음성 비서 서비스지만, 보다 복잡한 내용의 자연어(인간이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 명령을 이해할 줄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브는 서드파티(제3자기업) 개발자들도 자유롭게 자신의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말귀 알아듣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만든다
삼성전자는 향후 스마트폰이나 TV, 냉장고 등 하드웨어 제품에 비브의 AI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마치 사람처럼 사용자의 말귀를 알아듣고 알아서 정보를 대령하는 '인간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SW) 분야를 총괄하는 이인종 부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자체 커뮤니케이션채널 '뉴스룸'에서 진행한 영상 인터뷰를 통해 비브를 인수한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AI 플랫폼업체 중 비브를 특히 눈여겨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 다른 하나는 인력이다.
이 부사장은 "비브는 서비스 개발자가 어떤 도메인을 이용하는지에 상관없이 통합된 음성명령 서비스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고, 비브를 처음으로 설립한 임원진들은 AI 분야에서 상당히 명망있고 다른 개발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브 개발자들과 삼성전자의 개발자들이 협력함으로써 AI 플랫폼 자체가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비브 개발자들의 명성 덕분에 삼성전자에서 외부 AI 개발자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3~4년 동안 내부적으로 AI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해 왔다.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는 음성인식과 자연어 이해 분야에 특히 공을 들였다.
이인종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자연어 이해 기술과 비브의 생태계 조성 기술을 합치면 굉장히 강력한 AI 비서 서비스가 완성될 것"이라며 "AI 플랫폼을 스마트폰, 냉장고, TV, 세탁기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결합시켜 하나의 통합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비브 "큰 그림 위해 삼성의 '규모(Scale)'가 필요해"
비브는 '생태계 확장'이라는 꿈을 위해 삼성전자의 '규모'를 빌린다는 입장이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영상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와 손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차세대 개인 비서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진정한 나만의 비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쓰는 모든 종류의 기기에 비서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브가 그리고자 하는 '큰 그림'에서 부족한 것은 바로 '규모'였다. 자신의 플랫폼을 다양한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의 하드웨어를 아우를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했다.
키틀로스 CEO는 "그래서 삼성전자를 만났을 때 우리와의 비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고, 큰 그림을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삼성전자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엄청난 규모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비브가 꿈꾸는 세상은 이렇다. 사용자를 너무나도 잘 알고, 든든한 오른팔 같은 디지털 비서가 하루종일 일상을 함께하는 곳. 그래서 비브는 이제 주머니 속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집안 곳곳의 삼성전자 가전제품에 이 똑똑한 비서를 넣기로 했다.
키틀로스 CEO는 "인간은 지난 수천년간 언어를 매개체로 서로 대화하면서 소통해 왔다"며 "향후 이 패러다임이 수백만대의 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음성 비서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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