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인류가 정체불명의 외계 종족 '토오란'과 벌이는 기나긴 전쟁을 그린 소설 '영원한 전쟁'이 출간됐다. 베트남전에 대한 은유를 SF적 기법을 통해 깊이 있게 풀어내며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디트머 상을 석권한 '영원한 전쟁'은 이전에 두 차례 출간돼 국내 SF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이다.
'영원한 전쟁'은 SF 사상 최초로 '그랜드 마스터'로 추대된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와 함께 밀리터리 SF의 기틀을 마련한 양대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우익적 리버태리어니즘의 요소가 있는 '스타십 트루퍼스'와는 대비되는 반전(反戰)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20세기 말, 인류는 초광속 항법을 발견해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하지만 정체불명의 외계 종족 '토오란'의 공격을 받고 전쟁이란 선택을 한다. 그 일환으로 '엘리트 징병법'을 제정해 IQ 150 이상의 건강한 남녀를 선별해 강제로 입대시키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참혹한 훈련 속으로 몰아넣는다.
사상자가 속출하는 이 훈련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윌리엄 만델라는 군에서 인위적으로 이식한 기억에 의해 강한 증오와 적대감을 품고 '토오란'과 전투를 하는 경험을 겪는다. 희망도 목적도 없이 우주를 누비며 전투를 거듭하던 군인들은 상대성 이론의 시간 팽창 효과 탓에 수백년이 흐르는 동안 몇 살밖에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시간적 격차에 지쳐 가면서도 안주할 곳을 찾아 헤맨다.
'영원한 전쟁'은 빼어난 전투 묘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밀리터리 SF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 만델라라는 인물의 기나긴 여정을 통해 전쟁의 무상함과 참혹함을 서서히 드러낸다. 이뿐만 아니라 시간여행이라는 지극히 SF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性)에 관한 통념이나 출산의 메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등 영원한 기준이란 없음을 보여주는 미래상을 그리며 시사점을 던진다.
저자인 조 홀드먼은 대학시절 실제로 베트남전에 징집됐다가 전투 중 심각한 부상을 입고 제대했으며, 이 경험이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원한 전쟁'은 현재 워너브라더스에서 판권을 획득해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본은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등을 작업한 존 스페이츠, 주연으로는 채닝 테이텀이 예정돼 있다.
(조 홀드먼 지음, 김상훈 옮김/황금가지,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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