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최근 그룹이 처한 상황과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정책본부 주요 임원과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등 23개 계열사 사장, 부사장급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최근 검찰수사에 대해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 등 모든 관계자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깊이 사과했다. 또 30분 정도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회장은 회장 직속의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해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내년부터 5년동안 40조원 투자와 7만명 고용에 나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신 회장은 "롯데에 대한 국민들의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했다"며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공식적으로 대국민사과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11일 이후 1년 2개월만이다. 신 회장은 당시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은 데 사과하고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 개혁을 약속했다.
신 회장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데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며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해왔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신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이날 신 회장은 그룹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롯데는 경영진과 임직원, 외부전문가와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도덕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 회장 직속의 상설 조직인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를 설치할 계획이다. 준법경영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물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준법경영위원회는 올해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필수적으로 설치돼 각 계열사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조직인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그룹에 준법경영이 뿌리내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신 회장은 "도덕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준법경영위원회를 구축해 변화된 사업 환경과 사회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킬 것"말했다.
◆신 회장 "질적 성장 통해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신 회장은 그룹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기존의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여 아시아 톱 텐(Asia Top 10)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 아래 사업을 영위해 왔으나 고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 내 갈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깊은 반성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산업 생태계 내에서 함께 동반성장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목표를 재설정할 계획"이라며 "수치를 앞세운 목표보다는 고객과 사회와 함께 나누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목표가 재설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본부 축소개편…계열사 책임경영 확대
신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정책본부에 대한 대규모 개편작업도 실시한다. 그동안 정책본부가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등 꼭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생겨났으나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4년 10월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현재 롯데정책본부는 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 등 총 7개 부서와 롯데재단, 롯데미래전략센터 등 기타 부설 조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근무 인원은 약 300여명이다.
롯데는 계열사 간 업무 조율, 투자 및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길 예정으로, 현재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실행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그룹 정책본부를 전면 쇄신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 재편하고 계열사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전문 경영인이 그룹과 계열사를 책임지고 미래를 이끌어가도록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명한 지배구조 만드는데 전력…"호텔롯데 재상장, 조속히 추진"
이날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조속히 재추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해 주주구성을 다양화 해 글로벌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호텔과 면세 사업에 적극 재투자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롯데는 롯데는 호텔롯데가 면세사업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상장을 추진해 왔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신 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접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이처럼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에 가장 공들이는 이유는 상장에 따른 수조원의 공모 자금 조달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주주들의 상장 이익을 줄여 '일본기업'이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이 선행돼야 국민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검찰의 기소내용 및 재판 진행 경과를 상장 주관사단 및 관련 유관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당초의 상장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적의 공모구조를 다시 한번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외에도 우량한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해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전한 경영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 후 롯데정보통신,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3개 계열사를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앞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룹을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순환 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 "신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 이을 것"
신 회장은 기업의 책임을 다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2017년부터 매년 전년대비 10% 이상 청년 고용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늘려 2021년까지 5년간 7만 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며 "신입공채 채용인원 중 여성인재 비율도 40% 수준으로 유지해 국내 여성인력 발굴에도 힘을 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롯데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 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할 계획이다. ▲유통 계열사 5천명 ▲식품 계열사 3천명 ▲금융 및 기타 계열사 2천명을 전환할 예정이며 주로 고용불안의 중심에 있는 기간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앞으로 외부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경영 쇄신을 반드시 이뤄 롯데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50년 전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롯데를 창업한 신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사진=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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